‘소주성’의 배신…저소득 1인 가구 타격 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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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전체 가구의 약 30%에 달하는 1인 가구를 포함하면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이 2년 새 더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일보가 2일 기획재정부 1차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낸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과 함께 2017~2019년 1분기 ‘소득분위별 소득 및 비소비지출’ 통계원시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2인 가구 이상’ 통계에 묻힌 현실 #0.3% 늘었다는 하위 20~40% 소득 #1인 가구 포함 땐 2년새 6.5% 감소 #“최저임금 인상, 경기둔화 충격 #저소득 1인 가구에 집중된 셈”

통계청의 가계소득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125만4736원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1분기와 비교해 10.3% 감소했다. 2분위(하위 20~40%)는 284만3710원으로 2년 새 0.3% 늘어난 것으로 나왔다. 이는 1인 가구의 소득은 빠진 통계다.

통계청은 통계의 연속성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2인 이상의 가구 통계만 공개한다. 하지만 1인 가구의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1인 가구를 빼면 우리나라 가구 소득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인 가구를 포함해 분석하면 올해 1분기 1분위 가구의 소득은 65만7955원으로 2017년 1분기(76만1207원)에 비해 13.6% 감소했다. 2분위도 179만7557원으로 2017년 1분기(192만3162원)보다 6.5% 줄었다. 1분위의 소득 감소 폭은 더 커지고, 2분위는 소득 증가 폭이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바뀌는 것이다. 이들 소득액의 절대 규모가 2인 이상 가구만 비교했을 때보다 크게 줄어든 것은 물론이다.

특히 1인 가구를 포함하면 저소득층의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의 감소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1분위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증감은 각각 -25.9%·-18.3%에서 -30.8%·-33.4%로 나빠진다. 2분위도 -1%·0.8%에서 -8.5%·-22.7%로 1인 가구를 포함할 때가 더 많이 줄어든다.

추경호 의원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끌어올리겠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취지와는 반대로 최저임금 인상, 경기둔화 등의 충격이 저소득 1인 가구에 집중된 탓”이라며 “소득주도성장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년간만 놓고 보면 올해 1분기 1·2분위의 소득은 전년 대비 각각 0.8%·1.4% 증가한 것으로 나온다. 이는 최악의 소득 감소를 기록했던 지난해의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소주성을 밀어붙인 이후 2년간의 소득 변화는 여전히 ‘마이너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소득 상위 계층인 5·4분위의 소득이 각각 6.7%·6.2%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부익부 빈익빈’도 더욱 심화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하위 계층 가운데 일자리를 지킨 이들의 소득은 상대적으로 올라갔으나,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더 늘다 보니 이들 전체의 소득이 감소한 것”이라며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업종별 차등화를 해야 상황 악화를 막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근로·사업소득의 감소를 메워주며 1·2분위의 소득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아준 것은 공적연금·기초연금·사회수혜금 같은 정부지원이 포함된 ‘이전소득’이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지난 1분기 1분위는 11.4%, 2분위는 29.2%나 늘었다. 이에 1분위는 전체 소득에서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66.8%에서 올해 76.6%로, 2분위는 27.1%에서 35.6%로 불어났다. 1분위는 전체 소득의 4분의 3 이상을 이전소득에 의지하는 셈이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각종 지원금이 늘면서 생활을 정부 등의 지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며 “저소득층이 스스로 빈곤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인 체계를 강화해야 하는데, 일자리는 별로 없다 보니 좀처럼 저소득층의 소득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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