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사보 창간 기업|사보와 독자확보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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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각 기업들의 사보와 노동조합이 발행하는 노보가 독자확보경쟁을 벌이고 있다.
노사분규가 잇따라 일어나면서 노보가 인기를 끌자 사보를 창간하는 기업이 부쩍 늘어나고 있으며 사보를 통해 사내언로를 활성화, 분규를 예방하는 기업도 있다.
사보의 내용도 종전에는 경영층의 일방적인 메시지전달에 그쳤으나 요즘에는 노사분규특집·경제교육·생활정보소개 등 다양해져 일부 기업의 사보는 웬만한 전문생활잡지수준에 버금가기도 한다. 경영자만을 위한 「사보」또는 「사보」에서 「제3의 언론」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보연구소에 따르면 사보발행부수는 87년에 1천여종에 1천만부(1회 발행기준) 정도였으나 2년 사이에 1천5백여종 1천5백만부로 늘었다. 사보 한 권을 발행하는데 드는 비용을 5백원씩 잡으면 인쇄비용만 연간 8백억∼9백억원에 이르는 것이다.
현대·대우·삼성·럭키금성 등 대기업은 연간 10억∼20억원씩을 사보발행에 쏟고 있다. 사보와 노보는 내용 면에서 서로 다르다.
사보가 기업홍보 또는 기업내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경영층과 근로자의 의견을 포괄적으로 수렴하는 기능이 있는 반면 노보는 조합원의 이익옹호를 목적으로 한다. 재정측면에서 사보가 경영자의 부담으로 발행되는데 비해 노보는 조합원의 조합비로 충당된다.
그러나 양자는 모두 근로자를 독자대상으로 하고 있고 발전적인 기업내 인간관계형성과 기업발전을 꾀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동시에 양자는 독자인 근로자들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경쟁한다.
실제로 서울의 모회사는 노사분규가 일어났을 때 회사측이 하루에 몇 차례 사보를 내는 등 한달 동안 8차례의 호외사보를 발간했고 노조측 역시 여러 차례 호외노보를 발행하며 공방전을 벌인 적도 있다.
그런가 하면 사보를 효율적으로 활용, 노사분규를 예방한 사례도 있다.
모 대기업의 경우 작년과 올해 노사분규가 전국을 휩쓸고 있을 때 임금인상계획과 경영상의 어려움·장기적인 비전을 사보에 상세히 게재함으로써 분규발생여지를 미리 방지한 것이다.
사보 외에도 기업이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수단으로 활용하는 사외보 발행도 늘어나고 있다.
기아산업의 경우 87년부터 『수레바퀴』라는 제목의 사외보를 한 달에 15만부씩 발행하고 있는데 맨 뒷장에 미아의 사진을 싣는 등 미아 찾기 캠페인을 벌여 지금까지 10명의 어린이를 부모의 품으로 되돌려 보냈다.
사보의 증가와 더불어 사보의 편집을 대행해주는 편집대행회사도 신종 유망산업의 하나가 됐다. 편집대행회사는 84년 1월 설립된(주)통로가 선두주자인데 지금은 크고 작은 업체가 3백여 개를 헤아린다.
그러나 이 같은 사보의 양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부 사보내용이 권위주의적이고 경영자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보가 경영층과 근로자간의 불신과 적대감을 해소하고 인간관계 형성에 주력해야 된다는 얘기다.
일본만 해도 일찍부터 사보를 노사관계 증진에 활용해왔고 작년에 재일 교포 사업가인 경도의 MK택시회사대표 유봉식씨(청목정웅)가 35세의 사보 담당자 소영양일을 중역으로 발탁한 예까지 있다.
일본은 또 첨단산업국가답게 레이저디스크사보까지 등장했다.
세계최대의 음향기기 메이커인 일본파이오니어사는 최근 LD콤(레이저디스크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사내보를 제작, 각 부서에 설치된 전용모니터를 통해 전 종업원을 대상으로 방영해주고 있다. <길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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