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고려·연세대 등 사립대 16곳 종합감사…교육계 “사학 길들이기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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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다음 달부터 고려·연세대 등 16개 사립대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종합감사가 실시된다. 사학 비리 근절과 교육의 공공성·투명성 강화가 목표다. 유명 사립대를 대상으로 회계·특정 감사가 아닌 종합감사가 대규모로 동시에 실시되는 것은 처음이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사학 길들이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24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이런 방안을 확정했다. 개교 이후 종합감사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으면서 학생 수 6000명 이상인 대학이 대상이다. 그동안 비리 의혹이 제기된 대학이나 학생 수 4000명 이상 대학 중 무작위로 대상을 선정해 종합감사를 벌인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다수 대학을 한꺼번에 감사 대상으로 택한 것은 처음이다.

대상은 경희대·고려대·광운대·서강대·연세대·홍익대(이상 서울권), 가톨릭대·경동대·대진대·명지대(경기·강원권), 건양대·세명대·중부대(충청권), 동서대·부산외대·영산대(영남권) 등이다.

유 부총리는 “전국 278개 사립대에는 연간 7조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개교 후 한 번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곳이 111곳에 달한다”며 “교육부의 관리·감독이 미흡한 사이 일부 사학에서는 회계와 채용·입시·학사 등 전 영역에서 의심스러운 사건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원 6000명 이상의 사립대 16곳은 (오는 7월부터) 2021년까지 모두 종합감사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세종대와 세종대 운영재단인 대양학원에 대해선 교육부 종합감사가 진행 중이다. 전문대학의 경우 예년 수준(1~2곳)으로 종합감사를 하되, 중대 비리 민원이 제기된 대학을 우선 선정해 감사하기로 했다. 여당에서도 사학 감사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8일 국회 토론회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역대 교육부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적발된 사립대의 회계부정·비리 사례를 따져보니 293개 대학에서 적발된 사학 비리 건수가 1367건, 비리 금액은 총 2624억원이었다고 밝혔다.

대학가에서는 교육부의 갑작스러운 종합감사 방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종합감사는 일반적인 회계감사나 특정감사와 달리 대학의 예산·인사·입시·학사·회계 등 운영 전반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종합감사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이유로 감사한다는 것은 사립대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종합감사와는 별도로 성신여대 A 교수의 성희롱 사건을 26일부터 다음 달 초까지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A 교수는 지난해 4~5월 복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차례 성희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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