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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허찌른 기습 단행|「7.19 전격 개각」이런 얘기 저런 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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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안기 부장 인사 고심>
○…노태우 대통령은 7·19개각을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혼자 결정해 전격 단행.
노 대통령의 개각 결심이 처음 어렴풋이 보인 것은 l8일 오후.
노 대통령이 이날 정구영 민정 수석을 불러 19일로 애정된 청와대 사정 장관 회의를 21일로 연기하도록 지시.
정 수석은 『충청 지역에 홍수가나 건설 장관이 국무 총리와 함께 현장에 가있다』며 이런 판에 사정 장관 회의를 열어 「엄벌하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회의 연기 이유를 설명했는데 정 수석 자신도 그때까지 개각은 몰랐다는 것.
이어 노 대통령은 홍성철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퇴임 장관들에게 19일 아침 청와대에서 조찬을 함께 하자고 알렸는데 위로와 함께 퇴임 사실은 조찬석상에서 통고.
이수정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새벽 홍 비서실장에게 발표 준비 지시를 받고 이날 아침 부랴부랴 언론사에 연락.
노 대통령이 임명에 가장 고심한 자리는 안기부장 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춘구 의원·김성기 전 법무·김용갑 전 총무처 장관이 물망에 올랐었다는 후문.

<당엔 오늘아침 연락>
○…7·19 기습 개각은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해 뚜껑이 열리기 직전까지는 청와대 주변과내각·당에서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
지금까지 6공 정부의 개각 때마다 하마평이 누누이 난무하고 여론 테스트를 거쳤던데 비해 이번 개각이 철저히 베일 속에서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노태우 대통령이 직접 명단을 만들고 홍성철 비서실장과 이병기 의전 비서관등 청와대 안에서도 극히 제한된 일부만 도왔기 때문.
한 소식통은 『노 대통령이 그 동안 개각 구도를 마음속에 그려 왔고 개각 대상자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구태여 소문내지 않고 개각 구상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
개각 명단에 대한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일체 비밀에 부쳤다가 l8일 오후 늦게서야 강영회 총리·박준규 민정당 대표 위원 등에게 통고됐고 심지어 서동권 안기부장 등 일부 개각대상자에게는 ▲대통령이 이날 밤 직접 전화를 걸어 통보했다는 것.
당정의 핵심 인사들도 19일 아침『차 한잔 나누자』는 홍 비서실장 등의 얘기를 듣고 삼청동에 갔다가 그 자리에서 연락을 받았을 정도.

<역할 증대 애써 강조>
○…이번 개각의 하이라이트는 박세직 안기부장의 교체와 박철언 대통령 정책 보좌관의 정무 장관 기용.
박 안기 부장 교체는 그 동안 여러 차례 예고됐을 정도였고 본인도 어느 정도 예감하고 있었는지 최근엔 올림픽 조직위의 후신인 국민 체육 진흥 재단 쪽에 관심울 보여 그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게 아닌가 추측되어왔다.
박 부장은 안기부장이 된 후에도 측근을 안기부 고문으로 발령하는 등 「자기인맥」을구 축한다느니, 정치적 야심 때문에 궂은 일을 피한다느니 하는 입방아에 올랐다.
이 때문에 최근 서경원 사건 등의 수사 과정에서도 몸조심하고 야당 쪽에도 유화 제스처를 보여 노 대통령에게 불려가 꾸중을 들었다는 말도 있었다.
가장 큰 관심은 역시 박철언씨의 내각 진출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청와대에서 벌어졌으니 그의 영향력이 반감됐다고 해석하는가 하면 다른쪽에서는 당정의 연결 고리를 맡은 격이어서 영향력이 다 강화됐다는 완전히 상반된 견해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권의 한 핵심 소식통은 『박 보좌관이 그 동안 당정간의 정책을 관장해 봤으니 당정간의 정책 공조 체제 구축에 더욱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해 박 장관의 입장이 「정치적 역합」에서 「정책적 기능」의 수행에 더 비중을 두게됐음을 시사.
이 소식통은 『이번 개각은 박 보좌관도 몰랐을 것』이라고 귀띔.
한 소식통은 지난 6월의 개각 소동도 따지고 보면 박 보좌관이 청와대를 떠나 정무장관으로 가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라고까지 해석했으나 박 보좌관 측에서는 『정무 장관실이 정부·민정당 간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앞으로 정계개편·헌정 문제 등을 고려하고 대야 교섭의 비중이 커질 것을 감안한다면 그 역할이 어떻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이라며 「역할 증대」를 강조하는 인상.

<뜸 들이며 설왕설내>
○…이번 개각만큼 오랫동안 뜸 들이고 우여 곡절을 겪은 경우는 드물다는 게 정가의 공통된 평.
당초 지난 6월초 민정당의 개편까지 묶은 당정 개편이 카운트 다운까지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정가에 긴장감을 주었으나 노 대통령이『조만간 개각과 당 개편은 없을 것』이라는 「선언성」발언을 해버려 정가의 관심사에서 전격 탈락.
이에 따라 개각설은 급동결 되어버렸으며 대신 동결을 둘러싼 갖가지 추리와 관측이 난무.·
첫번째 추측은 여권내 세력 다툼이 첨예화돼버린 상태에서 개각을 단행할 경우 갈등이 확산될 우려가 있어 양 세력의 긴장 관계를 줄이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떠돌았었다. 즉 박철언 정책 보좌관의 정무 장관 기용 등을 둘러싸고 여권 내부의 이해대립이 강하게 표출됐다는 얘기가 있었다.
또 그 당시 개편설이 언론에 집중 보도되고 있는 것이 개편에 반발하는 일부에서 의도적으로 유출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도 떠돌아 노 대통령이 이에 불편한 심기를 노출, 개편설이 종적을 감추었다는 분석도 대두.
이와함께 인사문 제에선 별로 높은 점수를 받지  한 노 대통령이 등용 인사의 신선감이 떨어진 측면을 「기습 발표」로 어느 정도 상쇄시키려고 생각했다가 개편설이 기정 사실화 해버리는 듯 하자 스스로 이를 거둬들였다는 추측도 뒤따르는 등 설왕설내.
개편설이 후퇴해버리자 정기 국회 때나 다시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라는 느긋한 관측이 뒤따랐으나 결국 이번 개각은 허를 찌른 셈.
그러나 이때도 대통령의 개편 구상이 지난 5월말 거의 완료상태인 만큼 개각세의 준수 상태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으나 주목을 끌지 못했었다.

<청와대 구조에 변화>
○…전격적으로 개각이 발표되자 국무 총리실을 비롯해 정부 각 부처에서는 놀라움을 표시하면서도 『예상됐던 일』이라고 애써 태연한 표정들.
총리실 한 당국자는 『벌써부터 이야기가 됐지 않았느냐』며 『그 동안 개각을 둘러싸고 하도 말이 많다보니 청와대에서 철저히 보안을 지켰던 것 갈다』고 전겨 발표에 대해 나름대로 해석.
총리실 쪽에서는 개각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18일 저녁 강영훈 국무총리가 총리공관에서 저녁식사 도중 연락을 받고 청와대에 급히 울라가 노 대통령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통보받았기 때문에 19일 아침까지 강 총리 혼자만 알고 있었다는 후문.
총리실 주변에서는 당초 19일로 예정했던 사정 관계 장관 회의가 21일로 연기되고 청와대 회의로 바뀌자 『뭔가 사정이 있는 모양』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결과가 개각 때문으로 밝혀지자『청와대가 인사 스타일을 바꾸었다』고 분석.
이번 개각에서 박철언 대통령 보좌관이 정무l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사실을 지적, 한 고위당국자는 『이번 개각의 하이라이트』라며 『매우 의미 있는 부분으로 생각해야 될 것』이라고 귀뜀해 청와대의 권력 구조에 변화가 있음을 암시.
안기부장과 6부 장관의 자리가 바뀐 이번 개각을 두고 관가에서는 『중폭임에는 틀림없으나 무게가 실렸다』며 『대체적으로 전문성을 살린 무난한 인사』라고 촌평.
총리실에서는 19일 아침 개각 명단을 놓고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인사 뒤에 숨겨진 노 대통령의 의도를 읽는 모습들이었는데 박세직 전 안기부장과 이한동 전 내무부 장관이 경질된데 대해 『눈치만 보면서 안일하게 시국 사건에 대처하다가 이번에 경질된 것이 아니냐』 고 했고 최영철 체신이 노동부로 옮긴데 대해선 『노사 문제는 당쪽에서 책임지고 알아서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분석.
김종인 보사에 대해선 그가 대통령 취임 준비위 멤버였던 사실과 관련, 『언젠가는 입각해야 될 사람이었다』며 『독일식 사회주의 경제학을 전공했고 사회 복지에 관심이 높았기 때문에 보사 장관으로 발탁된 것 같다』고 분석.

<박 정무 항보가 변수>
○…이번 개각에서 민정당으로서는 이한동·정종택·장영철 장관이 물러나고 김태호·박철언 의원과 김종인 위원장이 입각했으므로 당 출신 인사의 등용 점수는「기본타작」으로 평가했는데 당 인사들은 박철언 청와대 정책 보좌관의 정무장관 임명을 당내 입성으로 보며 배경을 분석하고 있는데, 한 관계자는 『앞으로 박 장관의 행보에 따라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며 『당내 월계수회 계보 의원들의 움직임이 주시된다』고 피력.<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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