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이 너무 많이 지재권 재협상 요구, 그럴 순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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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허 중국 부총리가 9일 저녁 미국 워싱턴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90분간 첫날 협상을 마친 뒤 무역대표부 청사를 나서며 손을 들어 보였다.[AP=연합뉴스]

류허 중국 부총리가 9일 저녁 미국 워싱턴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90분간 첫날 협상을 마친 뒤 무역대표부 청사를 나서며 손을 들어 보였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10일 0시 1분부터 2000억 달러어치 중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가 25%로 인상됐다. 9일 저녁 열린 미ㆍ중 최종 담판의 첫날 회의가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면서다. 25% 관세 대상은 지난해 9월 24일부터 10% 관세가 부과됐던 5745개 품목이다. 가전ㆍ가구ㆍ식품ㆍ의류 등 생활용품ㆍ소비재(21.5%)와 전자ㆍ석유화학 부품 등 중간재(67.1%), 기계ㆍ설비 등 자본재로 구성됐다. 중국 상무부도 "미국의 조치에 즉각 보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우리는 최고의 대안, 관세 있다" #기존 500억 포함 2500억 달러 25% 관세 #"나머지 3250억 달러 25% 부과 서류작업" #"미중 전면 부과땐 글로벌 GDP 0.5% 추락"

로이터ㆍ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는 9일 현지시각 오후 5시부터 워싱턴 미 무역대표부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90분간 회담했다. 이어 인근 메트로폴리탄 클럽에서 8시 40분까지 만찬도 함께 했지만 합의를 이루진 못했다. 지난 주말 지식재산권, 기술이전, 환율 조작 등 핵심 합의를 입법으로 보장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중국이 행정법규로 이행하겠다고 하면서 불거진 협상 결렬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양국은 10일에도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지만, 지난주 말 불거진 쟁점을 좁힐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5시간 전 기자들에게 “우리가 합의에 매우 근접했을 때 중국이 지식재산권 침해에서 너무 많은 부분을 재협상하자고 한다. 그럴 순 없다”며 핵심 쟁점에 ‘재협상 불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에겐 최고의 대안이 있다”며 “매년 1000억 달러가 훨씬 넘는 관세 수입을 중국에서 받는 것”이라고 했다.
10일부터 중국의 2000억 달러어치 상품의 관세를 10%→25%로 올리면, 지난해 7~8월 이미 25% 관세를 받고 있는 ‘중국 제조 2025’ 관련 500억 달러 어치 산업재와 합쳐 대미 수출품 중 2500억 달러-25% 고율 추가 관세를 물리는 셈이다.

한 발 더 나가 “(지금까지 관세를 매기지 않은) 나머지 3250억 달러 수출품에 대해서 25% 관세를 매기는 서류작업에 들어갔다”고 으름장도 놨다. 전체 대미 수출 5750억 달러에 25% 관세를 매기겠다는 엄포다. 1000억 달러가 넘는 세수 주장은 중국의 대미 수출 규모가 이같은 고율 관세에도 변동이 없다는 전제 아래 계산상 연 1400억 달러가 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인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미 수출 전체에 관세를 매길 경우 글로벌 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그레고리 데이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9일 연구 노트에서 “모든 미·중 무역상품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2020년까지 세계 국내총생산이 0.5%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는 “미·중 양자 간 갈등이 전면적인 세계 무역전쟁으로 비화할 경우, 글로벌 불황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적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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