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되풀이되는 인사 참사, 원인과 책임 분명히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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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성공하는 대통령을 갖는다는 것은 국가의 복이며 국민의 바람일 것이다. 국가를 운영하고 경영하는 과정에서 인재 기용이 가장 중요하다. 인사 후보자가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해 낼 수 있느냐를 정확히 판단하는 데에 인사의 성패가 달려 있다. 최근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그간 누적됐던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야당의 반발에 따른 정국 경색은 물론 사회적 갈등과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인사의 기능과 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줬다. 도덕적 결함이 드러난 후보자들로 인해 국민의 불신도 커졌다. 신뢰라는 사회적 비용과 자본을 심각하게 훼손하기에 이르렀다.

도덕성 잣대 제대로 다듬고 #유능한 인물 찾아내는게 핵심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고위공직자 임명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과정을 통해 후보자들의 역량과 자질을 널리 확인받고자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20여년간 운영해온 결과, 이제는 문제점을 보완할 개선 방안이 절실해졌다는 의견이 많다.

그간 인사청문회를 보면 전문성과 역량보다는 도덕성 공방만 눈에 띄었다. 계속 문제가 된 도덕성 잣대를 비롯해 ‘7대 인사원칙’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어떤 도덕 가치 기준을 높이고 낮출지 기준을 소상하게 정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등 발전방안을 찾아야 한다.

많은 논란이 있었던 추천과 검증 단계에 정교함을 더하는 시스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유사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현상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사 검증 실패가 시스템의 하자인지, 절차적 실수인지, 참모의 보좌 부실인지 원인을 명확히 규명해 해결해야 한다.

나아가 인사청문회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에 처음 도입됐으나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이제는 손볼 때가 됐다. 공직 수행에 필요한 능력과 전문성 등 자질과 업무 추진 계획은 공개 청문회에서 다루고, 도덕성과 각종 의혹에 관한 부분은 비공개 청문회에서 다루는 것이 어떨까.

물론 도덕성 중에도 직무 관련 이해충돌 조항을 위반했다면 봐줘서는 안 된다. 예컨대 국토교통부 장관의 부동산 투기, 과학·교육 부문의 논문 표절, 국방 분야의 병역의무 기피 문제 등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특히 법을 다루는 분야에서는 작은 범법행위라도 큰 흠결이 될 것이다. 법적 신뢰성이라는 국민 전체의 사회적 자산을 갉아먹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무죄가 되지 않는 한 설사 사면을 받았다 하더라도 현행법 위반에 대해서는 가혹한 잣대가 필요하다. 이렇게 도덕적 기준을 엄격하고 명확하게 다듬어야 한다. 다만 논란의 여지가 많은 ‘시대적 도덕성’에 대한 평가는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는 노력을 선행해야 할 것이다.

국민에게 용인되는 도덕성 수준에 대한 기준은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의 평균적 도덕성을 참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여야가 합의해 합리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에 대한 의무다. 임명권자 또한 국회와 국민의 시각을 다시 한번 살펴서 폭넓게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한다는 원칙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정치권의 합의나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인사란 가슴으로 하는 것일까, 머리로 하는 것일까. 모두가 생각해봐야 한다. 결국 국민은 일 잘하는 고위공직자를 바란다. 그들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이 나아지고, 행복감이 커지며, 국가 발전과 국격이 높아지는 내일을 기대한다.

국가란 오늘이 아닌 다음 세대의 국민에게도 무엇을 만들어줄까 하는 의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미래를 이끌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면서 내일의 대한민국을 꿈꿀 때다. 국민 주권을 잊지 않는 진정성 있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도 성공하는 대통령을 갖고 싶지 않은가.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