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단톡방 알려지자 승리, 최종훈에 “카톡 남아있어?”…경찰 비공개 소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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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가수 승리(29‧본명 이승현)의 증거인멸 관련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승리의 동업자이자 문제가 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멤버 중 한명인 유인석 유리홀딩스 전 대표도 참고인으로 조사받았다. 경찰은 승리가 단체 대화방 구성원들에게 휴대전화 교체를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 증거인멸 혐의로 승리 입건 검토 #"자신 범죄 증거 은닉이라면 적용 어려워"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4일 오전 승리를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승리는 지난 2월 26일 가수 정준영 등이 함께 있는 대화방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이후 단체 대화방 멤버들에게 휴대전화 교체를 요구했다. “대만에서 손님이 왔으니 여자를 부르라”는 내용의 2015년 12월 카톡 메시지로 인해 성매매 알선 의혹이 불거진 직후다.

경찰은 승리에게 휴대전화 교체를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 증거인멸 의도가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을 예정이다. 경찰은 승리가 대화 내용이 공개되자 정준영,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 유 전 대표 등 당시 단체대화방에 있던 구성원들에게 직접 연락해 “2015년에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난다. 혹시 예전 휴대전화가 있거나 기록을 가지고 있냐?”는 취지로 물은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이들 전원이 3년 넘게 지난 일이기 때문에 당시 카카오톡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고 하자 승리는 “강제수사가 진행될 수 있으니 지금 쓰고 있는 휴대전화는 교체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은 앞서 단톡방 구성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해 이같은 정황을 확보했다. 실제 단톡방 구성원 중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새 휴대전화를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경찰은 승리, 최종훈, 정준영 등 단체대화방 구성원들로부터 제출받은 휴대전화가 모두 새것이라는 점을 포착하면서 증거인멸 혐의 적용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최종훈에게 갑자기 휴대전화를 교체한 이유를 추궁했고 “승리가 휴대전화를 바꾸라고 했다”는 진술을 받았다. 정준영 등도 같은 이유로 휴대전화를 교체했다고 한다.

지난달 13일 과거 정준영이 휴대전화 복구를 맡겼던 사설 포렌식 업체에 장비를 든 경찰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3일 과거 정준영이 휴대전화 복구를 맡겼던 사설 포렌식 업체에 장비를 든 경찰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승리가 “기록을 지우라는 목적으로 연락한 게 아니라 2015년 일이 기억이 나지 않아 전후 맥락을 확인하기 위해 연락한 것이었다”고 대응할 것으로 보고 승리를 다시 소환할 예정이다. 이날 승리와 함께 조사를 받은 유 전 대표는 "법리적으로 자신의 범죄 혐의에 관한 증거인멸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타인의 범죄와 관련한 범죄를 위조했을 때만 증거인멸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주영글 변호사(법률사무소 해내)는 “이 경우 증거인멸교사죄로 승리를 처벌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최종훈이나 유 전 대표 등이 승리의 혐의를 덮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처벌받지 않기 위해 휴대전화를 없앤 것이라고 한다면 증거인멸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승리에게 교사죄 역시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승리가 증거인멸이나 증거인멸교사로 입건될 경우 받는 혐의는 5개로 늘어난다. 증거인멸의 경우 향후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 주된 구속 사유로 적시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주로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를 영장 발부 사유로 보고 있어서다. 승리는 현재 성매매 알선, 식품위생법 위반, 불법동영상 유포, 횡령 등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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