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PK 민심에 靑 침묵…"국정운영 기조 바뀌진 않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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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1로 끝난 4·3 국회의원 보궐선가 결과에 대해 청와대는 4일 아무런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외견상 무승부지만 부산ㆍ경남(PK)에서 확인된 싸늘한 민심에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개표 과정에서 상당히 우려가 많았는데 그나마 다행”이라며 “전패했다면 국정운영에 상당한 악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0대 2 상황이었다면 자유한국당의 국정반대 기조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예방주사를 제대로 맞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후기 국정운영의 추동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총선의 승부처가 될 PK뿐만 아니라 대구ㆍ경북(TK)까지 확장해야 한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 여당이 향후 선거전략을 짜는데도 꼭 필요한 참고서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내년 총선이 문재인 정부의 명운이 걸린 분수령으로 인식하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의 고공행진 속에서 치러진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뒤에는 “총선에서 과반 의석만 확보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집권 3년차가 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여권에서는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면 모두 어렵다”, “총선에서 지면 당장 레임덕”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청와대 업무보고를 위해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4일 오후 국회 본청 운영위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업무보고를 위해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4일 오후 국회 본청 운영위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심을 미리 확인한 것이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보는 기류도 있다.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민주당 계열 정당은 단일대오로 선거를 치른 적이 드물었는데 이번에는 계파갈등이 거의 없었다”며 “오히려 가능성을 확인한 야권에서 홍준표ㆍ김무성 전 대표 등의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했다. 그는 다만 “정치를 할 의사가 없다는 조국 민정수석을 비롯해 청와대에서도 총선에 보낼만한 모든 재원을 쏟아붓고, 당도 기득권을 버린 참신한 공천을 고민해야 한다”며 위기감을 감추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그러나 “이번 선거로 소득주도성장 등 기존의 국정기조를 바꿔야 할 필요성이 생겼냐”는 질문에 “그렇게까지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겸ㆍ경수사권 조정안 등에 대한 국회의 패스트트랙 추진 등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이 요구하는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추가 지명 철회 등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패스트트랙과 개혁입법 처리는 이미 국회가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가 개입할 이유가 없다”며 “인사 역시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결과로 보여주면 국민들이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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