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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씩 물러서야 한다|노정 대결로 바뀐 은행 임금 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은행 임금 인상 문제를 둘러싸고 타협의 실마리가 안 풀려 위기감 고조되고 있다.
한자리 숫자 고수의 원칙을 세워놓은 정부는 은행의 임금인상에 그 원칙을 우선 적용하겠다는 입장이고, 은행 노조측은 기본급 14·5%인상은 노사간에 이미 합의된 것인 만큼 이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노총과 산하 20개 산별 노련까지 가세함으로써 은행 임금 문제는 노·정 대결의 양상으로 확대되어 해결이 더욱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중앙 노동위의 마지막 조정 노조의 파업 찬반 투표-노동부 장관의 긴급조정 또는 중노위의 직권 중재 과정이 남아있기는 하나 사대가 어떻게 전개될지 불안하다.
노측은 금융 사상 초유의 총파업 이야기를 거침없이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먼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은행파업은 절대 었어서는 안되고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둔다. 은행파업은 국민경제를 위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돈은 사회의 혈액, 금융기관은 혈관이다. 파업으로 혈액 순환이 정지되어 금융 혼란이 오고 유기적 경제질서가 무너지면 국민경제는 파탄에 이른다.
이번 은행임금 파동이 과연 파업과 연결시킬 만큼 심각한 것이어야 하는가에 한번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
우선 이번 임금투쟁의 연유부터 생각해보자. 은행원의 임금이 증권·단자회사들의 임금보다 낮다는데서 비롯되었는데 은행의 영업실적이 제2금융권보다 좋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또 총체적으로 보아 은행원은 우리 사회에서 중산층을 형성하는 인텔리의 화이트 칼러다. 그들이 자기 몫을 위해 과격한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생존권 차원에서 힘겨운 임금 투쟁을 벌이고 있는 저임 근로자들을 생각하는 도량을 가져야 하며 블루 칼러의 과격한 투쟁에 편승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의 판단으로는 체면과 명분논에서 헤어나면 문제가 예상 외로 쉽게 풀릴수도 있다고 본다.
기본급 14·5%를 포함한 올해 은행원들의 총 지급액 26·2% 인상은 결코 낮은 것이 아니다. 그것이 관철 안 된다고 해서 파업 운운할 수 있을까. 물론 근로자측은 잠합의 사항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문제삼고 여론도 정부정책의 실기 등을 나무라고 있지만 그렇다고 노측이 주장하고 있는 것을 합당한 선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노사간에 장정 합의한 사항도 모든 은행이 확정 서명한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재론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법은 없으며 더구나 그것을 빌미로 총 파업 문제를 쉽게 들고 나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정부측도 금융기관 임금 인상의 파급효과에 너무 과민하다. 은행 임금 인상이 정부투자기관과 공익기관 임금 정책의 시금석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10% 억제선을 공식화하기 전의 노사간 합의사항을 뒤엎으려는 것은 무리다. 억제선을 정해 놓았으니 그 이상은 안된다는 강공은 설득력이 약하다. 14·5%와 4·3%, 그리고 26·2%와 10%의 차이는 너무 크다. 또 기본급을 10%로 줄이고 나머지 합의분을 다른 방법으로 보전해 총지급액의 26·2%가 되도록 한다면 그것은 「업어치기 매어치기」나 다름없다.
임금협상은 올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된다. 따라서 노정양측이 이번에 힌걸음씩 후퇴해 중간선에서 타협하고 다음번에 다시 조정하도록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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