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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세력 구도에 미묘한 변호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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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권 세력 구도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당정 개편 발설·정우회 발언 등 일련의 「박철언 파문」을 거치면서 노태우 대통령 박 정책 보좌관이라는 중심구도가 혼들리고 있는 인상.
박 보좌관에 대한 주변의 공세 결과 박 세력이 서서히 쇠퇴하고 있다는 것.
자신의 위상에 신경쓰고 있는 박 보좌관은 청와대에서 당쪽으로의 입성을 노리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으나 여권 세력으로부터의 반발에 부닥쳐 주춤한 상태.
여권의 세력재편은 정기 국회 직전 당정 대폭 쇄신과 함께 시작되는 ▲대통령 집권 2단계를 통해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돼 자못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여권 내 세력 변화의 뚜렷한 조짐은 최근 당정 개편설과 관련된 추측들.
즉 박 보좌관이△여권 내 껄끄러운 시선 때문에 청와대에 남아있기가 곤란해졌고 △따라서 정무장관을 맡아 자유롭고도 확고한 입지확보를 꾀하려 했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민정당 원외 지구당 위원장 모임인 정우회 만찬에서의 그의 발언에 대한 당직자들의 노골적인 불쾌감 표시는 박 보좌관에 대한 여권의 반감을 간접적으로 증명, 그가 사면초가의 상태에 있음을 입증했다.
박 보좌관이 이처럼 수세에 몰리는 배경에 대해서는 추측이 구구하지만 표면적으로는 그의 변칙적 위상 때문이고, 내면적으로는 그의 정치적 야심에 따른 여권 내 세력간의 갈등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박 보좌관은 공식적으로는 민정당 전국구 의원이자 차관급인 대통령 정책 보좌관이지만 6공 탄생의 주역으로 이 같은 대외 직함과는 상관없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문 목사 입북에 자극 받은 민정당 보수세력·군 수뇌부·안기부 등이 북방정책의 「속도위반」을 문제삼기 시작, 이춘구 의원·김용갑 전 총무처 장관 등 보수파들이 대통령에게 직접 측근 정치의 문제점을 거론했으나 오히려 힐난을 당할 정도였는데 최근 좌경 확산 등을 놓고 군부축의 강경한 불만이 마침내 그의 입지를 흔들었다는 것.
박 보좌관은 이런 궁지를 벗어나기 위해 정무장관으로의 변신을 시도하며 내각제를 대비한 장기포석을 비쳤으나 여권 내 중심 세력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 보좌관이 구설수에 오르는 또 하나의 배경은 사조직 시비.·
박 보좌관이나 그의 측근이 관여하고 있는 월계수회·청년 자원 봉사단 (청자봉) 「경맥」「팔공」회 등과 최근 화제를 낳고 있는 산악회 조직 등은 『노 대통령의 이름을 빌린 박철언 사단 구축』이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
특히 월계수회는 막강한 조직력에다 비밀결사 단체에 버금가는 보안성으로 인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데 박 보좌관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노태우 후보를 지원했던 사람들의유대를 지속하기 위해 만든 것일 뿐 개인적 욕심은 없다』고 주장.
월계수회는 당내 원내외 인사 2O여명을 중심으로 사회각계의 학자·기업인·지역유지까지 조직을 확대.
이재황 의원 (전국구·궤도 공영 대표)이 회장으로 있는 월계수회의 핵심계보원은 이도선·나창주·강재섭·서상목·이상회·이긍규·박승재·김길홍·김언길·신영순씨 등 전국구의원과 김용구 (부산 동래을)·이국헌(고양)·황동현(강동갑)·김우연(관악갑)위원장 등 박씨가 공천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이다.
월계수회는 63빌딩 내에 나 의원이 운영하고있는 「북방 정책연구소」 (일명 63회) 와 여의도 D빌딩에 있는 「서부 문화 연구소」를 각각 전국·지역본부로 삼고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회의 「박철언 고문」은 의원·지구당위원장·기업인 회원들과 한 달에 한 번골로 지역단합 대회를 갖고 있는데 「공식화」때까지는 회원들에게 함구령이 내려져 있다고 한다.
「청자봉」은 박 보좌관의 최측근인 강재섭 의원이 총단장을 맡고있어 『어디까지나 공식당 조직』이라는 당직자들의 해명에도 불구, 『박 보좌관의 포석이 숨어있다』는 시선이 따라다니며, 경맥회는 박씨와 동기생인 경북고 41회를 중심으로 한 조직이고 팔공회는 대구지역출신의 유명인사들을 엮은 모임으로 둘다 박씨의 비선 조직이라는 진단을 받고 있다.
○…박 보좌관의 처신이 물의를 빚게되자 박 보좌관의 변칙적 의원 경직이 문제가 되고 있고 당과 청와대에 박 보좌관을 대체할 역할들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
경북고 후배인 노 대통령으로부터 「박 선배」라고 깍듯한 대접을 받고 있는 박준규 대표위원이 대표 취임이래 어느 정도 신임을 얻어 여권 내 비중이 무거워 졌다는 평을 받고있다.
대권도전을 꿈꾸는 이종친 총장과 TK실세인 김윤환 총무 등 당내량 세력도 박 보좌관의 진출을 탐탐 찮게 보고있다.
이 총장은 드러내 놓지는 않지만 박 보좌관의 월계수회 조직 등을 겨냥, 『대중적 지지기반이 없는 조직은 사상 누각』이란 시각으로 비판.
박 보좌관에 대한 소감(?)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던 김 총무도 박 보좌관과 관련한 후계포석 운운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청와대 내에서도 박 보좌관은 상당히 불편한 상황에 놓인 것 같다고.
박세직 안기 부장은 북방 정책으로 인한 갈등요인까지 겹쳐「대립관계 」 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여권 내에서 박 보좌관에게 겨누어지는 십자포화로 결국 우-박 중심의 권력 구조가 새로운 역학구도로 변화할 것이라는 예상들인데 그 끈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이 쥐고 있는 셈이다. <김 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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