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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 왜 찬바람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1.4분기 경제 성적표의 점수가 형편없고, 대우조선 문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으며, 5공 청산을 둘러싼 정국이 어떤 형태의 정치적 지도력도 보여주질 못하고 앉았으니 정치·경제·사회의 대표적인 「안정지표」 라 할 주가지수가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은 일견「군치」하기까지 하다. 심지어는 요즘의 주가 하락현상을 설명하려고 이런저런 이유를 다 끌어다대다보니 여의도 증시는 분명 뉴욕이나 동경의 국제화된 증시와는 다른데도 불구하고, 배경사태가 곧바로 서울증시에 영향을 주고있다고 여기는 생각들도 별다른 여과없이 받아들여지고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설명들은 다 상투적이고 고답적인 이야기로 들린다.
언제는 노사분규가 없었고 정국부안이 없었으며 뉴욕의 블랙먼데이는 없었는가.
당장 지난해만을 놓고 봐도 그때 그때 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온갖 정치·사회·국제적인 부안요인들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가는 수직에 가까운 상승세를 타지 않았던가.
지난해와 달라진것이 있다면 올초의 무분별한 통화관리로 인해 증권사등 기관들의 자금여력이 아직껏 거의 바닥이 나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증시에서 개인투자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70%를 넘어 80%가까이 가있다.
기관들이 설혹 자금이 있어 떠받치더라도 개인들이 던지기 시작하면 장세는 걷잡을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해의 주가 급등도, 올해의 주가폭락도 결국 다 개인투자가 자신들이 너도나도 몰리고 던지면서 연출해 놓은 주가인 셈이다.
증시부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그 이전에 덩달아 던지고 덩달아 사는 일반화된 투자관행이 결국 서로서로의 안정적인 투자를 해치고 있지 않은가 다시한번 생각해볼 때다.
요컨대 자본자유화가 어디로 간것도 아닌데 지금이야말로 주식을 사들일 때가 아닐까. 김수길<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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