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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비 음식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 주위 어디에 모범 음식점이 있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물론 그런 표찰이 붙은 집은 자주 본다. 서울에만도 서울시청이 공인해준 모범 음식점이 무려 3천여 군데나 있다. 그러나 그런 음식점일수록 태극마크가 무색하게 모범하고는 담을 쌓고 있다.
모범 음식점이 공통으로 갖춘 3비가 있다. 첫째는 비례다. 그릇은 으레 던지듯이 놓는다. 그나마 한눈을 팔면서 놓기 때문에 엎지르기가 일쑤다. 그런 경우에도 미안해하는 기색이 없다. 때로는 그릇 깨지는 소리가 자지러진다. 역시 부주의다.
둘째는 비 위생이다. 김치 그릇이나 우동 그릇엔 엄지손가락이 반드시 들어가게 마련이다. 반찬 그릇도 쟁반 위에 이것저것 포개 온다. 접시 밑둥이 어떤지는 안보는 편이 낫다. 식탁을 닦는 걸레라니 실명할 필요도 없다.
한번은 큰길가에서 냉면집 주방을 들여다 본 일이 있었다. 일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냉면 사리가 양푼 밖으로 흩어져 바닥에 떨어지면 그대로 걷어올린다. 더러는 슬리퍼로 직신직신 밟기도 했지만 버리지 않았다. 땀방울이 후둑 후둑 떨어져 들어가기도 했다.
그나마 이 경우는 보이는 비 위생이고, 속으로 보이지 않는 비 위생은 오죽하랴. 어느 냉면집은 육수에 백반(alum)을 집어넣어 맛을 낸다고도 한다. 백반은 매 염료로 쓰이는 화학약품이다. 갖가지 양념류와 조미료는 그보다 더한 것도 많을 것이다.
「셋째는 감독 소홀 이다. 관청은 음식점 허가 내주는 일에나 엄격하고, 그 다음엔 본체 만 체다. 아니, 때때로 감사나 검사라는 것을 하기는 하는 모양인데 친절하게도 미리 전화를 걸고 간다. 경찰이 도둑에게 예고하고 뒤 좇아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참기 어려운 비리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음식점을 하는 한국 교포들의 식당을 가보면 의외로 깨끗하고 친절하다. 같은 한국사람 인데 왜 이런 차이가 날까. 결국 감독의 차이다. 요즘은 그쪽에서도 한국사람들은 감독 관리에게 봉투를 건네주는 묘기를 발휘한다는, 실소를 금치 못할 얘기도 있었다.
어쨌든 음식점 감독만은 철저히 해야한다. 이런 노력이 없는 한 우리는 백년이 가도 선진국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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