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미사일·북핵 김정일 '원점 재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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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가 김대중(DJ.얼굴) 전 대통령의 6월 재방북을 어렵다고 보는 근거는 이를 이행하기 위한 남북 실무협상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측은 "하루 이틀 더 기다려 보자"고 했지만 낙담하는 분위기가 깔려 있다.

◆ 준비시한 넘겼다=남북한이 합의한 DJ 방북 날짜는 27일이다. 지난달 29일 개성에서 있은 실무접촉 결과였다. 체류일정은 나흘로 하고 육로를 이용키로 의견접근을 봤다. 하지만 북한은 그 다음주에 열기로 한 3차 실무접촉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주 광주에서 열린 통일대축전에 참석한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DJ 측 실무접촉 수석대표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 당국 대표단에 DJ 방북 문제를 물었다. 김영대 북측 단장은 평양에 돌아가 답을 주겠다고 했지만 소식이 없다.

정부 당국은 전직 국가원수인 DJ 방북을 위해서는 이미 평양에 정부와 DJ 측 인사로 구성된 선발대가 파견돼 준비작업에 들어갔어야 한다고 본다.

또 구체적 일정과 의제, 방북단 구성 등을 마무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방북 예정일을 일주일 앞두고 아무런 준비가 없는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이달 중 방북이 사실상 어렵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 북한 왜 꺼리나=DJ 재방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초청한 사안이다. 실무접촉까지 이뤄지던 상황에서 북한은 급작스레 문을 닫아버렸다. 이를 두고 북한이 DJ 방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는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김정일 위원장이 DJ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얘기다.

북핵 문제와 6자회담, 위조 달러 문제에다 최근 장거리 미사일 문제까지 겹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DJ로부터 훈수를 듣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을 일단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 재방북은 언제=북한이 열쇠를 쥐고 있다. 정부와 DJ 측은 북한을 계속 설득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DJ의 건강을 감안할 때 7월에 들어서면 날씨 문제 등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강행 등으로 북한에 대한 압박이 강해질 경우 방북 문제는 상당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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