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69%가 도시서민만 못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농민들은 예전보다 전반적으로 농촌생활이 나아졌다(79.3%)고 생각하나 여전히 도시서민생활보다 못하다(69.2%)는 상대적 빈곤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농가의 81.8%가 부채를 지고 있으며 농업생산자재구입비 (52%) 뿐아니라 가계소비성 (25.9%) 빚상환용(7.5%)등으로도 부채를 불리고 있어 농촌의 부채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전국 1천5백75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한「농촌소비실태와 의식구조조사」결과 밝혀진 것이다.
조사결과를 요약한다.
▲소비생활=순수히 농사를 지어 생활비를 충당하고 약간의 저축도 할 수 있다 (충족도 1백%이상)고 한 가구가 11%인데 비해 충족도 75∼1백%가 33.7%, 50∼75%가 26.1%이고 소요생활비의 반도 대기 힘들다(충족도50%)는 가구도 28.3%나 되어 기본적으로 농사소득이 여의치 않은데서 오는 문제가 큰 것으로 지적됐다.
이점에서 내다파는 생산자입장(88.5%)에서 뿐아니라 사먹는 소비자입장에서도 농민들은 현재의 농산물가격을 낮다(38.3%)고 보고 있으며 특히 농산물이 오르면 물가상승을 가져와 도시소비자 뿐아니라 농촌소비자도 생활이 힘들게 된다는데 대해 45.7%가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품의 구매환경에 대해서는 63.9%가 웬만한 물건은 쉽게 사 쓸 수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보인 반면 값싸고 질좋은 물건이 최고(63.6%) 이상이 생겼을 때 아프터서비스를 잘 해주지 않으며 (67%) 특히 상품정보를 쉽게 얻기 힘들다 (75.4%) 는데 불만을 나타냈다.
구매장소는 농협연쇄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31.2%로 가장 많고 다음이 5일장(29.8%) 일반상설시장(17.2%)슈퍼 (15%) 마을구멍가게(5.2%) 등이었다.
자가생산 농산물로 자급하는 정도는 주곡이 90.6% 전통장류가 92.6%, 채소가65%로 여전히 높은데 비해 과일이 14.6%, 전통가공식품인 콩나물·두부·묵 등이 23%이고 계란·육류가 4.1%에 불과해 농촌도 점차 상품경제권에 편입돼 가는 추세를 드러냈다.
▲소비자불만 피해실태=도시소바자와 마찬가지로 가전제품 (전체의 31.4%)과 대중 교통부문(35.6%), 법원(26.4%)등에 가장 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농기자재에 대한 불만도 커서 농기계 보유가구 중 47%가 「가격이 높다」(33.7%)「품질이 나빠 고장이 잘 난다」(18.5%) 수리비 과다등 아프터서비스 불평 (53.1%)등을 문제로 들었으며 종묘에 대해서도 발아불량(43.2%) 생육장애 (35.1%) 등 농가의 35.6%가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농약의 경우 농민의 57.14%가 중독경험을 갖고 있으며 근육경련, 언어·시각·보행장애 등 중증인 경우도 6.9%에 달해 안전성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소비자의식=그러나 농민들이 이러한 피해나 불만을 그 자체로 느끼는 정도(인지율)는 상품이 34.5%, 서비스가 53.4%로 각각 42.9%, 75.1%로 나타난 도시서민 등 소비자일반의 의식정도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며 고발·항의 등 행동으로 옮긴 경우도 10명중 2, 3명에 불과했다.
그 이유에 대해 48.9%가 「항의해봤자 잘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 10.7%가 「어디에 항의해야할지 몰라」 26.7%가 「항의할 만큼 큰 불만이나 피해가 아니어서」등으로 응답, 체념에 가까운 소극적 태도를 보였는데 반면 경지규모가 클수록 그리고 교육수준이 높고 계층귀속의식이 상층일수록 이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 주목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