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구입·수리가 어렵다.|농사에도 노사분규 여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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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전국을 휩쓰는 노사분규가 농사에도 위험을 주고 있다. 봄비에 씨뿌리는 곡우 (20일) 도 지나 「4월여름」 더위 속 본격 농사철이 닥쳤는데도 주요 농기계업체들이 부품업체들의 노사분규로 부품조달이 안돼 당장 모내기에 필요한 이앙기·육모상자·트랙터 등 농기계를 제대로 못 만들고 있는가하면 전국에 2백20여만대나 보급된 각종 농기계도 부품이 없어 제때 수리를 못하는 등 어려움이 크다.
◇구입난=국내 농기계생산의 90%이상을 차지하는 대동공업·동양물산·금성전선·국제종합기계·아세아종합기계 등 주요 농기계업체들의 2월 이후 농기계생산이 거의 중단상태다.
이는 채산성악화로 인한 경영난도 있지만 2백50여개에 이르는 외주업체들의 연쇄 노사분규가 가장 큰 원인.
그중 금성전선 (경기 거포)·국제종합기계 (충북 옥천)는 자체분규로 금성은 두달째, 국제는 8일부터 조업이 중단되고 있다.
이 때문에 농림수산부가 올해 공급키로 한 농기계 11만9천대 중 3월까지 15%만 공급돼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실적에 머물렀고 이앙기·트랙터·육묘상자 등은 돈을 주고도 물건을 구하기 힘든 실정.
농림수산부는 올해 2천2백억원의 농기계구입자금을 지원하고 6천개의 농기계영농단을 설치·운영할 계획이나 목표가 빗나가게 됐다.
◇부품 공급=공급 부족은 완제품만이 아니라 이미 보급된 농기계를 수리할 부품에서도 심각하다. 동양물산 강원영업소 오정식소장은 『농기계보급이 크게 는데다 하청업체들의 분규때문에 올 봄 들어 부품공급량이 88년 봄에 비해 절반 정도』라고 말했다.
경북지방의 경우도 대동농기계를 제외한 농기계 제작회사의 부품공급이 제대로 안돼 부품구입을 둘러싸고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전남지방 농기부품취급소도 공급이 제때 안 돼 대리점마다 주문을 받고서도 2∼3개월씩 대주지 못해 농민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충남지방의 경우 부품은 물론 완제품공급마저 모자라 아산·홍성·천원군에선 올해 농기계 보급을 위해 책정한 예산도 집행 못한 채 농사철을 맞고 있다.
◇수리지연=경북 상주·문경지방 농민들은 부품을 제때 못 구해 경운기의 피스톤·실린더 등이 고장나면 다른 회사 제품의 부품이나 중고부품으로 응급 수리해 쓰고 있지만 이마저도 운이 좋아야 제때 수리받을 수 있다.
전남도 부족한 부품공급으로 농민들의 불평이 커지자 순회농기계수리반을 3월부터 운행,지금까지 3천여대를 수리해 주었다.
강원도 춘성군 동내면 신촌리 박한정씨 (26) 는 트랙터의 철바퀴·로터리칼날버섯이 없어 부서진 부품을 용접해서 쓰고 있으나 3∼4일밖에 견디지 못한다고 말했다.
제주시 일도동 농기계판매대리점인 D상사에는 부품구입을 원하는 사람이 매일 2O∼30명씩 찾아오지만 태반이 헛걸음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1백20개 중소농기구생산업체가 중심이 돼 설립된 농기구공업협동조합(이사장 정태훈)관계자는 농기계부품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것은 공급량의 부족에도 원인이 있지만 그보다도 낙후된 유통체계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상대책=이같은 부품공급부족으로 인한 농기계수리난은 농사에도 지장을 줘 경북지방의 경우 올해 모내기일정이 작년보다 평균 3∼4일이 빨라졌지만 고장난 농기계의 수리지연으로 총 6천3백68ha 중 20일 현재 44.4%인 2천8백25ha에 머무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지방마다 비슷하다.
이에 강원도는 각 지역 농촌지도소가 교육용으로 보관하고 있는 기계 및 부품을 농민용으로 돌려놓고 대비하고 있다.
충남은 기계나 부품공급이 여의치 않으면 기종변경승인을 거쳐 부품공급이 달리는 기계를 대체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충북도는 농협단위 조합수리점을 현재의 2배수준인 98개로 확대하고 수리점에 부품확보를 위한 자금으로 2천만원씩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업체의 정상조업을 통한 원활한 공급·서비스만이 순조로운 풍년농사를 기약한다는 점에서 농민들은 조속한 분규수습-정상조업을 고대하고 있다.【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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