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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잇단 선거 민주적 정착 시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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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군부의 우익정권과 좌익 민중세력의 대결이 첨예한 가운데 남미대륙의 마지막 군사정부를 유지해 오던 칠레와 파라과이를 포함, 남미 7개국이 앞으로 1년 내에 국민투표와 대통령선거에 들어가 민주화의 정착여부에 주목을 모으고 있다.
오는 4월 우루과이의 국민투표를 시작으로 파라과이·볼리비아·아르헨티나·브라질·칠레·페루가 잇달아 대통령선거를 치른다.
남미 대부분의 국가들이 외채 및 국내경제의 파탄으로 정치적 시련을 겪고 있는 가운데 소위「민족주의적 경제 처방」을 내세우는 좌익의 득세가 두드러지는가 하면 군부의 발언권이 여전히 강력하게 남아 있어 현 집권정부들의 앞날은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
특히 지난 2월말 정부의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시민폭동으로 3백여명이 사망한 베네수엘라사태는 주변국가에 이와 같은 돌발사태의 가능성을 경고하는 것이기도 했다.
오는 4월16일 우루과이의 국민투표는 좌·우익의 한판 대결이 될 양상이다.
85년 집권한 현「상기네티」대통령 정부가 86년·군부의 압력으로 사면 법을 통과시켜 지난 12년간의 군정기간(73∼85년)동안 인권유린 혐의를 받고있는 군·경의 처벌을 하지 않자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이 사면법 철폐를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야당이 유권자 25%에 해당하는 55만명의 서명을 받아내자 정부는 이를 국민투표에 회부하기로 한 것이다. 군부는 야당의 이런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투표결과에 따라 정국의 파란이 예상된다.
5월1일로 예정된 파라과이 대통령 선거는 35년동안 군사통치를 해온 「스트로에스네르」 전 대통령을 쿠데타로 축출하고 지난 2월 집권한 「로드리게스」장군을 국민들이 신임하느냐가 초점이다.
5월7일의 볼리비아 대통령 선거는 중도좌익의 현「에스텐소로」대통령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하는 성격이 될 전망.
85년 집권당시 2만5천%의 인플레를 지난해 21%로 낮췄으나 카톨릭 세력은 25%의 실업률과 빈부격차 등을 들어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오는 5월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는 페론주의의 복귀여부가 관심사다.
83년 출범한 현 「알폰신」대통령 정부는 그 동안 인플레, 외채 등 경제문제와 3차례에 이르는 군부반란으로 위태로운 정치과정을 겪어 왔다.
집권 급진당「안젤로스」후보의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하고 있는 인물은 페론당의「메넴」 후보. 외채상환동결·임금인상·포클랜드섬의 주권회복 등을 내세우고있는「메넴」은 노동조합의 절대적인 지원에 힘입어「안젤로스」후보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아르헨티나는 민중적 경제해결 방식을 제시하는 페론주의와 반 페론주의라는 전통적인 정치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브라질에서는 좌익의 득세가 눈에 띄는 가운데 군부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한편 칠레의 「피노체트」대통령은 16년간의 군사통치라는 정치적 핸디캡을 경제적 성과로 벌충해 왔기 때문에 오는 12월의 대통령 선거는 민간정부 수립여부가 현안이다.
지난해 10월 국민 반대지휘부의 기치아래 일사불란한 피노체트 불신임 운동으로 그의 집권 연장을 좌절시켰던 야당의 단결 여부가 승패의 관건으로 보인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 페루의「가르시아」정권은 모택동 주의자들의 테러와 경제파탄으로 85년 집권초기의 인기와는 달리 궁지에 처해있다. 좌파연합의 전 리마시장 「바란테스」후보가 유력시되고 있다.
아뭏든 우익 군사독재와 민중의 저항이라는 정치적 악순환으로 국력을 소모해온 남미 국가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화를 정착시키게 될지의 여부는 제3세계 민주화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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