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투입된 날, 안전모 없었다 "파주 배수관 매몰 사고는 인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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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경기도 파주시 연다산동 배수관 공사 중 흙더미가 근로자 2명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해 119구조대가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5일 경기도 파주시 연다산동 배수관 공사 중 흙더미가 근로자 2명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해 119구조대가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파주시 배수관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2명이 갑자기 무너진 흙더미에 파묻혀 숨졌다. 전날 비가 내려 지반이 약해진 상태였지만, 사고 현장에는 지반 붕괴를 막기 위한 흙막이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안전불감증이 부른 참사'라는 지적이다.

5일 파주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57분쯤 파주시 연다산동 배수관 관로 공사를 하던 중 흙더미가 무너지는 사고가 났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조대가 사고 약 1시간 만에 흙 속에 묻힌 근로자 A씨(52)와 B씨(50)씨를 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A씨 등은 이날 공터에 하수관을 묻는 작업을 하다 변을 당했다. 굴착기 2대를 이용해 창고와 창고 사이에 50m 길이의 하수관로를 매설하는 작업이었다.

 굴착기 1대는 3m 깊이로 땅을 파내고 다른 1대는 지름 300mm, 길이 2.5m의 콘크리트 관로 20개를 굴착기에 매달아 차례로 땅에 묻는 공사였다. 당시 공사 현장에는 모두 6명의 인부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굴착기 기사 2명과 굴착기가 판 구덩이 밑에서 일하는 2명, 그리고 지상에서 작업을 감시·감독하는 2명 등이다. 사망자 2명은 모두 구덩이에서 작업하던 인부들이었다.

5일 경기도 파주시 연다산동 배수관 공사 중 흙더미가 근로자 2명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해 119구조대가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 2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뉴스1]

5일 경기도 파주시 연다산동 배수관 공사 중 흙더미가 근로자 2명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해 119구조대가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 2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뉴스1]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구덩이 안에서 하수관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던 중 관로 주변에 쌓아둔 흙더미가 갑자기 땅 아래로 쏟아지면서 그대로 파묻혔다. 사고를 당한 2명은 이날 현장에 처음 투입된 일용직 근로자였다. 사고 당시 이들은 안전모를 쓰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날 비로 지반이 약해져 있었지만, 사고 현장에는 흙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흙막이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현장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파주시에 따르면 이날 공사는 개인이 사유지에서 하수관을 매설하는 공사여서 시의 허가 대상은 아니었다. 경찰은 사망한 근로자들이 사전에 안전 교육을 받았는지, 사업주가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조사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거나 토사·구축물 등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필요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목격자와 해당 건설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업주의 과실이 확인되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파주=전익진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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