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당 새 지도부 이념정치로 돌아갈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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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열린우리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하기로 하고 비대위원장에는 김근태 의원을 추대키로 의견을 모았다. 국민은 이제 여당과 현 정권이 앞으로 어떻게 국정운영을 할 것인지 새 지도부의 발걸음을 지켜보고 있다.

2004년 총선 이후 치러진 수차례의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은 여당을 향해 거듭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그때마다 당의장의 사퇴 정도로 넘어가려 했다. 선거 패배의 원인을 놓고 의견 충돌이 벌어지면 서둘러 봉합했다. 그런 과정이 누적된 것이 지방선거의 대패로 귀결된 것이다. 국민이 전하는 경고를 계속 무시한 데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가 터진 것이다. 만일 이런 참담한 선거결과를 얻고도 새 지도부가 또다시 미봉하려 든다면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이다.

여당 새 지도부의 최우선 과제는 선거 패배의 원인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왜 역사상 최악의 여당으로 전락했는지 진정한 반성부터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을 수 있고, 회생의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다. 지금 여당 내에서는 선거 참패의 원인을 놓고 노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진보파는 "개혁과제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고, 실용파는 "개혁만능주의가 민심 이반을 불렀다"고 한다.

대통령과 정부는 선거 결과에 개의치 않고 '마이 웨이'를 고집하고 있다. 추병직 건교부 장관 같은 이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절대 건드릴 수 없다""당정 협의 계획도 전혀 없다"고 했다. 오죽하면 여당 의원이 "추 장관은 배짱을 부리고 있다"며 "관료독재의 전형"이라고 비난했겠는가.

김근태 의원은 당내 일부 의원들조차 '좌파'라고 지적할 정도로 운동권 출신 의원들의 대표자 격이다. 어찌 보면 이런 위기에서도 열린우리당이 이러한 지도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한계일지 모른다. 그렇기에 여당의 새 체제가 다시 이념 맹종의 노선으로 회귀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것이다. 이번 선거의 목소리는 이념이 아니라 실용이요, 민생이라는 점을 명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