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사장’이던 유상호 한투증권 사장, 12년만에 CEO서 물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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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내정자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내정자

증권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23일 계열사별 이사회를 열고 유 사장을 한투증권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내용의 최고경영진 내정 인사를 결정했다.

이번 인사에서 지난 12년간 한투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해온 유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부회장 승진이지만 대표이사 자리는 내놓는다. 유 사장은 2007년 한투증권 사장직에 오른 뒤 잇따라 좋은 실적을 올리면서 임기를 계속 늘려왔다.

유 사장의 후임으로는 정일문(55) 부사장이 승진 발령된다. 1988년에 동원증권에 입사했다. 광주진흥고와 단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동원증권에 입사했다.
ECM부 상무, IB본부장, 기업금융본부 및 퇴직연금 본부장을 역임하다가 2016년부터 개인고객그룹장 겸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정일문 한투증권 신임 사장 내정자

정일문 한투증권 신임 사장 내정자

한투금융은 김주원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을 지주 부회장으로, 이강행 부사장을 지주 사장으로 승진시키기로 했다. 또 한국투자저축은행 권종로 전무를 이 업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킬 예정이다.

권종로 한국투자저축은행 대표이사 내정자

권종로 한국투자저축은행 대표이사 내정자

한투금융 관계자는 “역대 최고의 실적을 올린 올해가 변화를 모색할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구조적으로 튼튼하게 짜여 있는 지주와 각 계열사의 조직력과 시너지가 더욱 확장해가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인사 방침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인사 시행 시점은 향후 각 사별 경영 일정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한편 유 사장은 글을 통해 사장직을 떠나는 소회를 밝혔다. 다음은 유 사장의 소회 전문

행복한 증권맨 30년의 삶

유상호입니다.

1988년 10월 증권업계에 입문해 그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한 30년을 보냈습니다.사원으로 입사해 18년 남짓 만에 대형증권사 CEO가 되었고, 지난 30년 중 직원 생활 11년, 임원 생활 19년을 지냈습니다. 그 가운데 CEO를 12년간 역임했습니다. 너무나 과분합니다.

세전 경상이익 기준으로 올해 증권업계 사상 역대 최대의 실적이 기대됩니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 주고 웃으면서 정상에서 내려 올 최적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0여 년간 구축한 탄탄한 조직력과 영업력, 조직 구성원들 간의 응집력 등 모든 면에서 더욱 도약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제 마음이 너무 편하고 뿌듯한 이유입니다.

지난 12년간 CEO로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매년 최고의 이익을 기록해 왔다는 것이 아닙니다. CEO 취임 이후 단연 업계 최고인 138개의 기업을 IPO 시켜 기업의 성장과 경제발전에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수 년 전 증권업계가 어려워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할 때도 일체의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경쟁사 대비 2~3배 이상의 신입직원을 지속적으로 채용해 왔습니다. 이 두 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감히 자랑스럽게 여겨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저는 비록 예전의 일상적인 오퍼레이션은 내려 놓지만 새로운 자리에서 새로운 역할로 회사와 자본시장의 더 큰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12’라는 숫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학적으로도 한 시대의 완벽한 완성 내지 마무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 동안 많이 이끌어 주고 또 믿고 따라와 준 선후배님들 덕분입니다. 특히 언론의 따뜻한 시선과 격려가 항상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편한 자리에서 더 자주 기자 여러분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거듭 고맙습니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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