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생활적폐 척결, 교통공사 고용비리 엄단으로 시작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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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3차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열고 ‘9대 생활 적폐’ 근절 대책을 보고받았다. 9대 생활 적폐는 채용·학사 비리, 불공정 갑질과 사익 편취 등 우리 사회에 수십 년간 깊숙이 뿌리박혀 서민들을 울려온  고질적 적폐들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5년 내내 강력한 반부패 정책을 시행해 이들 적폐를 척결하겠다”고 다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이런 다짐이 무색하게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생활 적폐의 대표 격인 서울교통공사의 고용비리 의혹에 대해 나 몰라라 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니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 대한민국 청년 실업률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래 가장 높다. 취업을 포기하고 막노동판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급증하는 판에 서울시 산하기관인 교통공사는 임직원과 노조 간부의 친인척을 대거 특혜 채용하고 정규직화한 의혹에 휩싸여 있다. 부채가 4조원에다 지난해 적자가 5200억원을 넘겼는데도 1300억원 가까운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지적을 받은 곳도 교통공사다.

민주당은 야당이 요구하는 국정조사를 ‘정치 공세’라고 일축하며 서울시가 방어 차원에서 내세운 감사원 감사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안은 사회적 심각성을 고려할 때 국정조사를 넘어 검찰 수사를 해서라도 진상을 파헤쳐야 할 사안이다. 민주당은 자당 소속 박용진 의원이 제기한 사립유치원 비리엔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서울시와 민주노총 등 여권 지지층이 연루된 공공기관 취업 비리는 외면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 되면 문 대통령이 약속한 생활 적폐 척결의 진정성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교통공사를 비롯한 공공기관 고용비리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일벌백계에 나서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 말마따나 부패와 맞서려면 정부와 공공기관부터 깨끗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