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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에로티시즘이 매춘의 역사와 더불어 비롯되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서양에서의 매춘 역사는 대략 5천년 전으로 잡고 있는데 그 장소가 신전이었다는 점에서 오늘의 매춘과는 의미가 다르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지탄을 받고 있는 매춘은 타락한 성애와 불결한 사회현상의 한 단면이라는 뜻과 함께 왜곡된 성도덕, 인간성의 병적 표현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고대사회에서의 매춘행위는 성애라는 인간적인 자각도 자각이지만 종족의 번영이라는 중대한 의미도 지니고 있었다. 인구는 바로 국력이었기 때문이다.
신전매춘은 고대 슈엘의 칼데아에서 자선적인 환대매춘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를테면 여행자나 선원들에 대한 성적 봉사의 뜻을 지녔다.
사가 「헤로도투스」도 당시 바빌로니아에서는 여성이면 누구나 일생동안 한번은 미리타신전에서 봉사해야 하는 관습이 있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집트에서도 같은 풍습이 있었다. 역시 「헤로도투스」에 의하면 이집트의 역대왕조는 그들의 딸을 신전에서 봉사하도록 했다. 특히 「후크」왕은 자신의 피라미드 축조자금을 얻기 위해 이 같은 행위를 크게 장려했다.
「플라톤」도 『향연』에서 인간의 성애(에로스)를 무녀 「디오티마」를 등장시켜 설명한 대목이 있는데, 에로스를 유녀의 신화로 비유한 것을 보면 당시 신전을 중심으로 성행했던 매춘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추측된다.
어느 시대건 매춘이 합리화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고대의 매춘은 그래도 일면 긍정적인데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윤락행위는 어떤가. 멀쩡한 대낮에 길 가던 소녀를 납치, 환락가에 팔아 넘기는가 하면 일부 술집이나 이발소 같은 업소의 밀실에서 행해지고 있는 각종 부도덕 행위는 그야말로 로마의 마지막 순간을 보는 것 같다. 마침 당국에서는 윤락행위를 한 남녀는 물론 그것을 알선한 사람에게도 모두 무거운 체형을 부과한다고 한다. 기왕 빼낸 칼인 만큼 서릿발같은 단죄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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