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특별재판부 역제안 "김명수 사퇴하면 받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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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하면 여야 4당이 주장하는 특별재판부 도입에 합의할 수 있다는 '빅딜(Big deal)'을 역제안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사법 농단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사법부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을 사퇴시키면 문재인 정권이 말하는 사법 농단에 대해서 어떤 재판부를 통해서라도 한국당은 더 엄격하고 국민이 더 납득하 수 있게 두 번 다시 사법정의가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가 30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렸다. 김성태 원내대표(왼쪽)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가 30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렸다. 김성태 원내대표(왼쪽)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이는 ‘특별재판부 설치는 위헌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강경하게 반대하던 기존 입장에서 ‘김 대법원장이 사퇴하면 특별재판부에 합의할 수 있다’는 역제안으로써 입장을 선회한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오늘날 사법 불신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김 대법원장 사퇴시켜야 한다"며 "그렇게 하고 사법 농단에 대해서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를 제기해주신다면 한국당은 그 어떤 문제 제기라도 진정성을 가진 문제 제기라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법원은 9월 30일 ‘사법농단’ 의혹 핵심인 양승태 전 대법원과 전직 대법관들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받아들였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 주거지 압수수색은 기각하고 차량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영장을 발부했다. [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법원은 9월 30일 ‘사법농단’ 의혹 핵심인 양승태 전 대법원과 전직 대법관들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받아들였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 주거지 압수수색은 기각하고 차량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영장을 발부했다. [뉴스1]

이 날 한국당이 김명수 사퇴 카드를 내밀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 간 물밑 협상으로 특별재판부가 도입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당장 여당이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날인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주례회동에서 김 원내대표가 국회 차원의 김 대법원장 해임결의안을 건의했을 때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운데)가 30일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운데)가 30일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그러나 홍 원내대표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특별재판부 설치 관련 법안은)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올려놓고 330일 동안 합의를 하면 된다. 어떻게 보면 그게 협상을 위한 또 다른 환경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당도 사법 농단을 제대로 재판해야 한단 걸 반대하지 않는다"며 "'김명수 대법원장 잘못하니 사퇴시켜라' 이게 요구조건이다. 사법 농단 대해선 한국당도 문제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김명수 대법원장에 사퇴를 권고하거나 김명수 대법원장이 자진해서 사퇴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대법원이나 여당에서 이에 대한 어떤 입장을 내놓지 않는 한 김 대법원장의 사퇴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며 "김 원내대표의 발언도 김 대법원장의 사퇴가 사법부에 대한 수사에 선행돼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당은 다음 달 5일로 예정된 여·야·정 협의체 회의에서 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놓고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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