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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쿠데타 왜 일어났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서방세계의 최장수 군사독재자로 34년동안 파라과이를 통치해온 「스트로에스네르」(76) 대통령이 3일 군부쿠데타로 축출됨으로써 파라과이가 민주화로 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에 군부쿠데타를 주도한 「안드레스·로드리게스」장군(64)은 파라과이 최정예부대인 제1기갑사단장으로 군 총사령관인 「스트로에스네르」에 이어 군부 제2인자의 지위를 지켜온 실력자다.
「로드리게스」장군이 쿠데타를 주도한 배경에는 현정부가 수십년동안의 철권통치로 국내외의 압력을 받아왔고 국민의 대정부 신뢰가 급속히 떨어진데도 원인이 있었지만 최근 신병을 앓고 있는 「스트로에스네르」의 후계문제에 따른 집권군부세력내의 마찰이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파라과이 유일의 합법정당으로 「스트로에스네르」의 정치적 방풍장치가 되어왔던 집권 콜로라도당의 내분은 지난 87년 당내 정통투사파가 전통파를 축출하고 당권을 장악하면서부터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몬타나로」내무상 겸 콜로라도당 대표위원을 중심으로 한 친위세력은 「스트로에스네르」의 장남인 「구스타보」(49) 공군중령을 후계자로 옹립하려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보이면서 전통파를 탄압해 왔다.
이번 쿠데타에 성공한 「로드리게스」장군은 당내파벌 중 어느 쪽을 지지하는지 분명한 의사표시는 하지 않았으나 분석가들은 그가 전통파 그룹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당내 파벌구조속에서 「로드리게스」에게 직접적인 쿠데타의 계기를 주게 된 것은 친위세력의 사임압력으로 풀이된다.
줄곧 군부 제2인자의 막강한 지위를 유지해온 「로드리게스」장군은 집권연장과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스트로에스네르」의 측근세력에 항상 부담이 되어왔다.
「스트로에스네르」대통령은 최근 「로드리게스」장군에게 사임하거나 명목상의 직위인 국방상을 맡을 것을 요구했으나 「로드리게스」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축출된 「스트로에스네르」전대통령는 지난 54년 군부쿠데타로 집권한 후 그동안 8차례에 걸친 대통령선거를 야당의 부정시비에도 불구하고 승리로 이끌었다.
34년 동안의 군사독재정권하에서 파라과이는 반정부세력의 탄압, 인권탄압, 집권층 친·인척의 각종 비리, 마약밀매 등으로 국내외의 신랄한 규탄을 받아왔다.
80년 들어서 일기 시작한 남미의 문민화 바람은 독재국가 파라과이에서도 사회 각층의 민주화의식을 고취시키는데 영향을 미쳐 특히 최근 들어 가톨릭 세력을 중심으로 한 반정부 민주화요구시위가 빈번해지고 있는 터였다.
이번 쿠데타의 성공은 이러한 국민의 독재정치에 대한 염증을 등에 업은 데도 큰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쿠데타의 성공소식은 수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환호하게 만들었고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이번 사건이 민주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쿠데타세력의 민주화의지, 야당세력의 대응이 앞으로 파라과이 정국을 결정짓는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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