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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대 기악과 윤미재 교수 "할머니부터 딸까지 동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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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린 3대가 동문
3대 이상 연속으로 이화여대 졸업생을 배출한 가족 중 가장 많은 졸업생을 낸 임정자씨(아래 왼쪽에서 둘째) 가족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30일 이화여대 창립 120주년 기념식 때 기념패를 받는 가족들이 있다. 바로 어머니-딸-손녀 혹은 시어머니-며느리-손녀 등 3대 이상 이화여대를 졸업했거나 재학 중인 사람들이다. 말 그대로 '이화 가족'이다. 모두 서른여섯 가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 "5대 동문을 만들어야 하는데"=이화여대 윤미재 교수 가족은 유일한 4대 동문이다. 1대 윤심성(이화학당 대학과 2회)씨-2대 신숙황(이화여전 41년 졸.이상 작고)씨-3대 윤 교수(기악과 65년 졸)-4대 오유진(의류직물 94년 졸)씨가 모두 이대 출신이다. 이들의 가족사엔 한국 엘리트 여성 이름이 다수 등장한다. 1915년 대학과를 졸업한 윤심성씨는 3년간 모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때 3.1운동의 주역 유관순을 가르쳤다고 한다. 안동으로 시집가면서 사회 생활을 접었지만 이대와의 끈을 놓진 않았다. 김활란 박사 등 후배들이 방학 때면 안동에 내려왔다고 한다. 딸 신숙황씨가 태어나자 업어주거나, 그의 딸 윤 교수를 이대로 이끈 것도 김 박사라고 한다.

윤심성씨의 동생 윤성덕씨는 8회 졸업생으로 작곡가 김메리씨 등과 함께 이대 교수를 지냈다. 윤성덕씨가 조직한 합창반 '글리클럽'에는 이태영 변호사도 멤버였다고 윤 교수는 전했다.

신숙황씨는 1남5녀를 뒀다. 딸 넷을 동문으로 만들었다. 며느리도 이대 출신이다. 장녀인 윤 교수는 "다른 대학에 가고 싶었는데 '네가 어딜 가려고 하느냐'고 설득하시는 바람에 결국 이대로 갔다"고 술회했다. 그랬던 윤 교수도 정작 딸 오씨가 미국 대학으로 진학하겠다고 하자 "여름방학 때마다 외국에 보내주겠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또 오씨가 아들 하나만 두자 "딸을 낳아서 꼭 5대 동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못 말리는 모전여전(母傳女傳)이다.

◆ 3대 아홉 명이 동문=43년 가사전수과를 졸업한 임정자씨 가족 중에는 이대를 졸업했거나 재학 중인 사람만 아홉 명이다. 아들(최수승)이 이대 의대 교수로 재직 중인 걸 감안하면 모두 10명이 이대 가족인 셈이다. 특히 임씨의 3남2녀와 며느리.사위들이 모두 의사란 점이 특이하다. 또 네 손녀 모두 이대를 졸업했거나 재학 중이기도 하다. 임씨는 "김옥길 언니(전 이대 총장)가 기숙사 사감 시절 독립운동 얘기를 해달라고 조르면 늘 해줬던 게 기억난다"며 "이대 가족이 많은 게 뿌듯하고 흐뭇하다"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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