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5년 선고에 MB 변호사 “납득하기 어렵다…항소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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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의 질문에 답 하는 강훈 변호사. [중앙포토]

취재진의 질문에 답 하는 강훈 변호사. [중앙포토]

다스 실소유자로 인정되며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 변호인은 판결 결과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 변호를 맡은 강훈(65‧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는 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치고 나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을 다스의 실질적인 소유주로 지목했으며 삼성이 대납한 다스 소송비용 552만 달러(62억원)가량을 뇌물로 인정했다.

강 변호사는 “다스와 삼성 부분에 대해서 상당한 반박 물증을 제시했다고 생각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납득하기 어렵다”며 “설립 자본금을 송금한 게 아니라는 물적 증거를 제시했는데도 재판부가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의 말을 타당하다고 받아들였다”고 항변했다.

재판부가 “다스 설립자금 최초 송금자가 누구인지 지금으로써는 확인할 수 없지만 증거와 합리성 등을 고려하면 김성우의 진술은 충분히 믿을 만하다”고 판결 내린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다.

1987년 대부기공(다스의 전신) 설립 실무를 맡고 2008년까지 다스 대표였던 김성우 전 사장은 검찰에서 "현대건설에 근무하다가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다스를 설립했고, 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비자금을 조성해 전달했다"는 등 이 전 대통령이 처음부터 다스를 설립해 경영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김 전 사장 등은 2008년 BBK특검 조사에서는 이와 정반대로 진술했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김 전 사장이 횡령죄로 기소되지 않는 조건으로 검찰에 허위 진술을 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사장 등은 피고인과 달리 공소시효 문제가 있고 검찰 수사과정에서 횡령에 대한 추궁을 계속 받았다. 반면 특검 당시 관련자들 회의에서 말을 맞춘 정황이 많은 진술과 자백으로 밝혀졌다"며 이들의 진술을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다.

강 변호사는 삼성이 대납한 다스 소송비용이 뇌물로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007년 10월부터 삼성으로부터 매달 12만5000달러가 입금됐지만 2008년 4월 8일 이후 입금된 부분만 뇌물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2008년 3~4월쯤 김석한이 이 전 대통령을 방문해 삼성의 자금 지원 의사를 전달했다는 진술이 있고, 김석환이 4월 8일 청와대를 출입한 기록이 있다”며 뇌물 인정 근거를 밝혔다. 김석한씨는 다스의 BBK 투자금 140억원 반환 소송을 대리한 미국 대형 로펌 에이킨 검프 변호사였다.

강 변호사는 판결 직후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이 전 대통령을 접견하러 갔다. 항소 여부에 대해선 “이 전 대통령과 상의해 결정한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날 선고는 적막 속에서 이뤄졌다. 이 전 대통령은 불출석했지만 김문수 전 지사, 이재오 한국당 상임고문, 이춘식 전 의원,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MB의 ‘복심’들이 방청석을 메웠다.
재판부가 15년을 선고하고 빠져나가기 전까지 아무런 소란도 일지 않았다. 강 변호사 등 변호인들도 간간이 메모만 할 뿐 판결을 조용히 들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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