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문 대통령의 일자리 챙기기, 정책 전환 없으면 효과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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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8차 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미래차·반도체·바이오 등 5개 분야 중심의 ‘신산업 일자리 창출 민간 투자 프로젝트 지원 방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마중물’로 내년 예산에 1조7726억원을 투입한다. 이들 5개  분야에서 141개 민간 사업을 발굴해 민간 투자 125조원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22년까지 신산업 일자리 10만7000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규제완화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구상은 우리 경제가 숨통을 틀 수 있는 계기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한국 경제는 성장엔진이 녹슨 데다 소득주도 성장의 충격까지 겹쳐 고용대란이 발생했고, 밖으로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의 격화로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해지고 있다. 성장·투자·고용의 견인차인 제조업 설비투자·생산능력지수는 6개월 연속 동반 추락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부랴부랴 대기업을 잇따라 방문해 투자 확대를 독려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기대가 실현되려면 단발성 기업 현장 방문을 넘어 과감한 정책 기조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간 문 대통령도 혁신성장을 강조해 왔지만 시민·노동단체와 일부 강성 여당 의원의 반발에 가로막혀 규제완화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경제민주화 기치 아래 경영권 제한 등 친노조·반기업 정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런 기조하에서 기업 투자가 늘어나길 바라는 것은 장밋빛 환상이다. 한때 경제 활력을 잃었던 일본·독일·프랑스 등 주요국이 무기력에서 벗어난 것도 규제혁파와 노동시장 유연화 등 과단성 있는 정책 전환에서 비롯됐다. 우리가 가야 할 길도 이와 다르지 않다. 문 대통령은 더 이상 진영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과감하게 정책방향을 틀어야 한다. 그것이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