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한불교 조계종단 "두동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불교 조계종단에 2개의 총무원이 생겨나 앞으로 법정투쟁을 비롯한 지리한 종권 다툼이 예상된다.
조계종비상종단운영위원회(의장 정초우 스님)는 지난해 12월 26일 회의를 열고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을 구성, 27일 변밀운 스님(서울 봉은사 주지)을 총무원장으로 선출했다.
27일 봉은사 경내에서 새 총무원 개원식을 가진 이들 스님들은 『현재 서의현 스님을 총무원장으로 하고 있는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은 불법적으로 종권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총무원 청사 및 종무서류를 봉은사 총무원으로 인계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서의현 총무원장 측은 『불법단체의 요구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묵살하고 있다.
조계종단의 양분 사태는 새 총무원이 나름대로의 정통성을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법적인 뒷받침을 보완 중이고 또 새 총무원에 동조하는 스님들이 수적으로 적지 않기 때문에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 총무원 측은 그들의 정통성을 지난 83년 8월 구성되었던 비상종단 운영위원회에서 찾고 있다. 당시 조계종은 신흥사에서 일어났던 승려간의 비극적 폭력사태로 위기를 맞아 종회의 결의로 비상종단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종무를 관장케 했었다.
비상종단 운영위원회는 강석주 스님 등을 총무원장으로 하여 종단개혁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84년 8월 승려들이 해인사에서 승려대회를 열고 전격적으로 비상종단위원회를 해체한다고 결의하고 곧이어 종권을 장악했다.
봉은사 총무원 측은 84년의 이 같은 총무원 강점이 불법이라고 주장, 비상종단운영위원회가 아직도 법적으로 정통성을 갖고 있으며 그 위원회가 이번에 봉은사 총무원을 구성했으므로 정통성은 봉은사총무원에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계사 총무원 측은 ▲당시 비상종단운영위원회위원 60여명 중 30여명이 해인사 결의 후 위원직을 사퇴했고 ▲당시 총무원장 강석주 스님도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에 비상종단운영위원회는 해체된 것이라고 밝히고있다.
비상종단 운영위원회의 존속여부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 각각 다른 상태에서 종권 다툼은 법정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크게 되었다. 그럴 경우 2개의 조계종총무원은 장기간의 송사에 얽매이게 될 것이고 종권·사찰분규도 심화될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봉은사총무원이 총무원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주지 발령 등 종무집행을 강행할 때 양측의 실력대결도 불가피해질 것 같다. 봉은사총무원은 이미 교구 본사 및 직할사·암 주지들에게 서한을 보내 『불법적인 종단운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정통성 회복을 위해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했다』고 밝히고 새 총무원의 종무 지시에 따라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불교인들은 조계종 종회가 봉은사총무원을 반종행위를 한 집단으로 규정하든지, 아니면 분규수습을 위한 방안을 내놓을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불교인들은 이번 사태가 겉으로는 정통성 시비의 양상을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서의현·변밀운 두 총무원장과 그 지지세력간의 종권 다툼인 만큼 두 세력간의 합의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폭력까지 동원되는 종권 다툼을 벌여온 두 세력에 책임을 묻고 새롭게 태동하는 집행부를 구성하는 선까지도 검토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