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 갈리고 밖은 당기고…취임 한달 맞은 '손학규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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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2일 취임 한 달을 맞았다.

취임 한 달을 맞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취임 한 달을 맞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손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바른미래당이 정치개혁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아우르는 통합의 정치가 나아갈 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손 대표가 맞이한 상황은 만만치 않다. 각종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당 지지율 조사에서 바른미래당은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고 있다. 손 대표도 이날 간담회에서 “바른미래당이 어렵다”고 말했다.

여전히 ‘소리 없는 내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의 갈등 표출은 줄었다는 평가가 많다. 바른미래당 한 의원은 “당 자체는 조용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손 대표가 당의 화합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갈등 요인은 잠복해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갈등이 없어진 게 아니라 그냥 무관심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대표와 이언주 의원 등은 당과 거리를 두고 움직이고 있다.

당 대표 몫의 지명직 최고위원도 아직 공석이다. 손 대표는 최고위원 지명을 놓고 장고에 들어간 상태다. 선택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다. 안철수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를 지명하기에는 전당대회 내내 불거졌던 안심(安心) 논란이 재현될 수 있고, 유 전 대표 측의 인사를 뽑는 건 바른정당계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게 한다. 이번 전당대회 때 손 대표를 제외한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이 바른정당 출신이었다.

당의 정체성 논란도 안보 이슈가 터질 때마다 쳇바퀴 돌 듯 반복하고 있다. 최근에도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문제를 놓고 갈등이 불거졌다.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비준 문제에 대해 조건부 논의 재개 입장을 피력하자 이언주ㆍ지상욱 의원 등은 “당 지도부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라며 공개 반발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9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상욱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9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상욱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단 손 대표는 당의 정체성에 대해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 아우르는 중도개혁 통합정치가 나아갈 길”이라며 “우리는 민주주의, 시장주의, 평화주의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논란이 될 소지가 있는 평화주의에 대해서는 ‘비핵화’와 ‘평화정착’이라고 설명했다.

당 관계자는 “유승민, 안철수계가 뿔뿔이 나뉘어 있는 데다 최근에는 '손학규계'도 가세하며 당내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운신의 폭 좁은 정계개편 

자유한국당에서는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전원책 변호사는 “바른미래당과의 통합 전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손 대표는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만든 정당이고 탄핵의 내상으로 아직 국민에게 새로운 보수정당으로 인정 받는 것이 아니다"며 "그런 한국당이 바른미래당과 통합전대를 같이하자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다양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나온다. 문제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도 당내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과거 국민의당 세력과의 재결합이 이뤄질 경우 유 전 대표를 축으로 한 바른정당 출신의 대거 이탈이, 반대로 보수 대통합으로 갈 경우 김동철ㆍ박주선ㆍ주승용 의원 등 호남계와의 결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 중심의 개편을 강조하고 있다.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이 통합의 대상이 아니라 중도개혁의 중심을 잡고 정치개혁의 중심에 서겠다. 이른바 정계개편은 바로 이뤄지지는 않고, 한참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선거제 개편이 없을 경우 거대 양당 구조에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다. 바른미래당 한 의원은 “선거제도 개편이 없으면 다음 총선에서 생존이 힘들다는 것을 상당수 의원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취임 한 달 간담회를 끝낸 후 선거제도 개혁 촉구 정당-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선거제도 개선을 통해 국회의 힘이 강화되고 우리나라 정치구조가 바뀌는 길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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