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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아줌마] 색을 숨겨서 돋보이는 … 세련의 절정 '블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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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검정(블랙)은 지금까지 주로 금기(禁忌)의 의미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요즘은 아니다. 금기는커녕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획득하고 있다.

블랙을 적용한 휴대전화기와 신용카드는 하나같이 고급스러움을 강조한다. 최근에는 담배에도 검은색이 등장했다. KT&G에서 내놓은 레종 블랙이 바로 그것. 건강을 해치는 담배의 특성상 죽음을 연상시키는 블랙을 적용한 것이 이채롭다. 그동안 담배의 포장은 보통 흰색을 위주로 녹색과 빨간색 정도가 첨가될 뿐이었다. 그만큼 최근의 검정 열풍이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패션에서 검정은 유행의 첨단을 걷고 있는 색이다.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랑콤 컬러 디자인 어워드' 행사장에서도 블랙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패션쇼에 앞서 열린 랑콤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과 만남의 시간. 아시아.북미.남미.유럽 등을 담당하고 있다는 그들은 하나같이 상하 모두 블랙 의상을 입고 있었다. 이 점은 한국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블랙이 첨단 유행인 것을 덮어두고라도 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블랙 의상을 즐겨 입을까?

랑콤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

랑콤에서 아시아 메이크업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는 벨기에 출신 메이크업 아티스트 부죽은 이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했다.

"블랙은 컬러가 아닙니다. 블랙은 다른 색을 돋보이게 하는 유일한 색이기 때문이죠."

여러 가지 색상의 화장품을 다루는 직업의 특성상 자기 자신보다는 화장이 돋보여야 하기 때문이라는 말로 들렸다.

그렇다. 블랙의 매력은 숨은 듯 잘 안 보이는 것이다. 패션 관련 행사장에 가면 흔히 보게 되는 진행 요원들. 주요 인사에 대한 경호는 물론 여러 잡다한 일을 도맡아 하는 이들도 블랙 의상을 입고 있다.

블랙의 또 다른 매력은 실용성이다. "메이크업을 하다 보면 옷에 화장품이 묻게 마련이죠. 그런데 그 옷이 흰색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엄청나게 지저분해질 거예요." 국내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대답이다. 때가 잘 안 타는 검은색의 속성을 이용한 셈이다.

백화점에 가면 메이크업 브랜드가 아닌 스킨 케어 브랜드의 판매원들은 의사 가운을 연상시키는 흰색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화려한 메이크업이 아닌 맑고 투명한 피부를 원하는 고객들에겐 흰색이 어필하는 것이 사실이다.

숨길수록 돋보이는 세련됨. 그것이 블랙의 매력이다. 굳이 유행이라서라기보다 은은한 멋을 풍기고 싶다면 블랙으로 자신을 연출해 보자.

파리=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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