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 피습사건과 관련, 한나라당 대전시당이 사건 전모가 밝혀질 때까지 선거운동을 중단키로 했다. 21일 대전시당사 앞 주차장에 유세차량들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휴일인 21일 유세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제주 지역 유세 계획을 포기했다.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도 대학로 유세를 취소했다. 한나라당도 이재오 원내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예정된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 지방선거엔 어떤 영향? =이번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의 압승이 예상돼 왔다. 16개 광역단체장 중 한나라당이 최소한 11개는 차지할 것이란 게 정치권의 대체적 전망이었다.
이런 와중에 한나라당 의원을 한 번 공격한 적이 있는 범인 지충호씨가 또다시 박 대표에게 '흉기 테러'를 가한 것이다. 게다가 범인은 경찰 조서에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안 됐으면 나는 죽었다"고 했다는 게 한나라당 측의 주장이다. 또 옆에서 '만세'를 불렀던 박종렬씨는 열린우리당 당원이었다.
열린우리당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의 악재를 만난 셈이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당원 명부 확인 결과 박씨는 2004년 3월 우리당에 입당했고, 2005년 1월부터 당비를 납부한 기간당원"이라고 확인하면서 "당 지도부는 박씨에 대해 출당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안에서는 "그동안 밀렸던 대전 시장과 제주 도지사를 포함해 13개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할 가능성이 있다"고 계산했다. 당의 다른 관계자는 "박 대표 피습사건은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져 광역은 물론 230개 기초단체장 선거까지 압승을 안겨줄 수 있다"고 말했다.
◆ '박근혜 무임승차론'에 영향 =이번 사건의 다른 측면은 박근혜 대표가 당 안팎에서 제기돼 온 '무임승차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박 대표는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을 입었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 왔다. 대권주자로서의 콘텐트와 야당 리더로서의 선명성.투쟁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었다. 박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박 대표는 명실상부하게 독립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 정치권 폭풍 속으로=지방선거 뒤 정치권의 새판짜기에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이 있을 것 같다. 박 대표가 야당 대선주자로 한걸음 다가설 경우 여권은 이를 바탕으로 정계 개편의 틀을 짜야 하기 때문이다. 여권 내에선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한나라당 후보를 분리해야 한다는 '신(新) 3자 필승론'이 거론돼 왔다. 박근혜와 이명박이 단일화에 실패하고, 범여권이 단일후보를 낼 경우 이길 수 있다는 정치논리다.
두 사람이 단일화에 실패하든 안 하든 한나라당의 위력과 보수층.영남권 유권자의 결집이 강하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권 내 위기의식은 깊어지고 이에 따라 비(非)한나라당 세력을 하나로 묶어 낼 범여권 정계 개편의 요구는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7월 초 전당대회를 열어 대선 때까지 당을 관리할 당 대표를 새로 뽑게 된다. 새 당 대표를 누구로 앉힐 것인가를 놓고 박 대표와 이명박 시장 진영의 격돌이 불가피하다. 박 대표 테러사건이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