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공장」왜 말썽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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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리비아의 지중해 상공중전으로 세계의 이목을 끈 리비아의 랍타지역 화학공장이 미국 주장처럼 화학무기 제조공장이냐, 아니냐가 최근 중동정세의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리비아는 랍타 화학공장이 제약회사라고 밝히고 있다. 이 지역 공장건설에 참여한 서독·일본회사에 대해 양국정부 모두「화학무기공장 건설 참여 사실」을 부인함으로써 이 문제는 일단 미국 측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치부되고 있다
랍타 공장의 화학무기제조 여부는 지난해 9월 미 국무성이 리비아의 화학무기 제조 가능성과 전면생산을 경고하고서부터 세계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레이건」미대통령은 이어 지난해 12월 랍타 화학공장 문제 회의에서 「군사적 행동」을 포함한 여러 가지 선택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이처럼 리비아의 화학무기제조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리비아가 이스라엘은 물론 차드 등 리비아 인접국가에 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고 심지어 테러무기로도 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은 따라서 서유럽우방국을 상대로 인공위성 사진은 물론 각종 자료를 동원, 랍타 화학공장이 화학무기공장임을 강조해왔다.
미국은 랍타 화학공장은 독가스인 겨자가스 제조에 쓰이는 티오디글리콜을 생산하고 있으며 현장 근무자들의 증언을 인용, 이 공장에는 독가스 표지가 그려진 탱크가 여러 개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과 올해 연초에 걸쳐 미국신문들이 랍타 공장에 대한 미국의 공습가능성을 보도하자 리비아는 이 공장을 국제 언론에 공개, 화학무기공장이 아님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러나 『리비아가 이미 이 공장에서 생산한 독가스를 다른 지역으로 소개했다』며 일반공개의 실효성을 부정했다.
뉴욕타임스지는 리비아가 화학공장 3개 가운데 이미 시험생산에 들어간 한 공장의 생산가스를 다른 지역으로 옮겼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또 이미 생산한 독가스를 다른 곳으로 옮겼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가져가 화학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항모 존 F 케네디 등 미 함대를 지중해에, 진입시켜 함대지 크루즈미사일과 폭격기로 랍타공장을 공격할 계획이었다고 미 신문들은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그러나 미국이 지금까지 대 리비아공격을 미루어온 것은 「미테랑」프랑스대통령이 주선한 7일의 화학무기규제에 과한 파리회담에서 미·서유럽국가들간의 결론이 내려지기를 기다린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리비아 화학공장에 대한 대응자세는 『리비아가 독가스공장을 보유할 권리가 있다면 미국은 리비아에 대해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고 한 전문가는 말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지는 또 미국이 랍타 화학공장을 공격하기로 논의하기 전에 이미 이스라엘이 공습을 계획하고있었다고 보도했다. <진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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