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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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태진 시인은 『회상의 대동강』이란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후세여 기억해 다오 이 슬펐던 연대들을/38선은 웃을 수 없는 역사의 장난/…단 백리 오백리 길을 가보지 못하는/이 쓴맛을 조상 탓으로 돌리련다/그렇기로 단 십리를 어떻게 못하는/분단의 쓴맛은 내 나이만큼 한남아/흰눈의 기슭만 걸어보는 기억의 강.…』
그렇다. 서울에서 문산까지는 46㎞, 1백리 남짓한 거리다. 그 문산에서 민족의 대동맥인 경부·경의선이 끊겨있다. 벌써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래서 오늘도 임진각 근처 북쪽을 향해 서있는 검은 기관차는 한 맺힌 절규를 하고 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고.
문산에서 북녘 땅 개성까지는 27.4㎞ . 6·25 전까지만 해도 경의선을 타면 서울에서 개성까지 2시간 거리에 불과해 초등학교 학생들이 즐겨 수학여행을 가던 곳이었다.
최근 철도청은 정부의 북방정책 추진에 따라 경의선을 복원, 부산∼신의주∼북경을 잇는 장거리 철도노선을 개설하는 장기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중국의 여행 총 공사(CITS)측과도 협의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의선의 복원문제가 처음 거론된 것은 지난 84년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경제회담 때였다. 당시 양쪽 대표들은 남북의 통상·교역을 트는데는 우선 경의선 철도를 소통시키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의견을 모았었다.
경의선 복원은 옛날에 쓰던 노반이 그대로 있기 때문에 문산∼개성구간에 철로만 가설하면 된다. 따라서 남쪽은 휴전선에 있는 장단까지 12㎞의 철로를 복구하고 임진강의 복선 철교 중 6·25때 파괴된 한쪽만 새로 가설하면 된다. 북쪽도 개성에서 장단까지 15㎞정도의 철로를 깔면 되는데 철교 같은 가설물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수월하다.
그러고 보면 총 연장 4백96.7㎞인 경의선은 1906년 개통당시에도 민족의 수난을 예고하듯 험난한 길을 걸었다. 프랑스와 러시아, 일본의 각축 속에서 결국 일본의 대륙침략을 위한 군용철도로 부설된 것이다.
남북분단과 6·25의 참화 속에서도 잠시동안 이어졌던 한 많은 경의선이 이제 완전 복원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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