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역 근처 성인시설 없애 주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노숙자들이 역 주변에 누워 있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ID '노숙자')

중앙일보 공약은행(유권자들이 지역개선 정책을 제안하도록 http//531.joins.com에 개설)에 올라온 서울 영등포구 주민들의 제안이다.

1899년 경인선 철도 개통과 함께 생긴 영등포역은 지역 발전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두운 면이 적지 않다. 영등포 성인오락실 149개 중 56개가 역 주변에 밀집해 있고 역 뒤에는 윤락가가 있다. 노숙자가 여기저기 몰려 있고 노점상이 많아 행인들이 불편을 호소한다.

구청장 후보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경환(44) 후보는 "교육.문화시설을 확충해 영등포역 주변 분위기를 바꾸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했다. 독립영화 전용관을 역 주변에 유치하고, 노숙자의 숙식 해결 장소가 된 영등포공원을 주말에 학생들이 원어민과 자유로이 대화하는 '잉글리시존'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노숙자.취객을 상대로 밤에 술을 파는 포장마차들을 단속하고 주변의 조명을 밝게 하겠다"고 했다. 성인오락실과 관련해서는 "업종 전환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현직 구청장인 한나라당 김형수(59) 후보는 "역 뒤편 윤락가를 테마공원.쇼핑몰.영화관 등 젊음의 거리로 조성하겠다"고 했다. 노점상 단속을 위해 용역 인력을 배치하고 시민에게 이용을 자제하도록 홍보할 계획이다. 이 밖에 "성인오락실의 인.허가 기준을 엄격하게 하고 싶지만 구청장의 권한 밖이라 안타깝다"며 "관련 법을 바꾸도록 정부.국회에 건의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명의 후보가 출마한 영등포구는 김 후보가 높은 정당 지지도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판세를 리드하고 있다. 김 후보는 약사 출신으로 영등포구의회 의장을 지냈으며 2004년 보궐선거에서 구청장에 당선됐다. 이에 맞서는 정경환 후보는 국회의원 비서관,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국장 등을 지내며 국회.청와대에서 17년간 활동했다.

권근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