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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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 같은 정책은 소수의 영재를 발굴하기 이해 보통 아이들을 불행에 빠뜨리는 우를 범하게 될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5세부터 심한 경쟁의식을 조장시키고 또 실패할 경우 열등감 내지는 좌절감을 느끼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치원에 오기 전에 각종 학원을 다니기 때문에 국민학교 1학년에 빨리 보내야 한다는 주장은 「정상적인 유치원교육」에 보조를 맞추어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육적인 요소가 많은 학원교육에 밀려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일이 된다.
「5세아를 가장 5세아답게 키우면 바람직한 6세가 된다」는 사실과 5세아는 구체물을 가지고 활동과 놀이를 할 때 제일 잘 배운다는 진리를 유아 교육자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세계 그 어느 나라에도 5세 유아에게 교과서 중심의 국민학교 1학년 교육을 하는 곳은 없다. 영국이나 뉴질랜드조차도 아니다. 그들이 「5세 의무교육을 아무런 불편없이 시행하는」 중요한 이유는 5∼7세 유아들에게 유치원교육과 같은 활동 중심의 교육을 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의 영재성을 판별하도록 하는 일」 역시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영·유아기의 발달은 급속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개의 부모들은 이를 발달적 특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자녀를 영재로 생각한다.
자녀를 5세에 입학시키기 위해 부모들은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기 때문에 1960년대처럼 「입시관문 1호」 「유치원에서의 입시준비」라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다시 야기시킬 것이다. 5세는 5세답게 유아교육기관에서 즐겁게 학습하도록 하자. 6세에 입학한 후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교사들이 영재성을 발견하도록 하고 그 후 부모와 협의하여 「영재프로그램」에 참여해보게 하자. 영재프로그램에서 따라 가지 못한다고 할 때에는 「국민보통교육의 장」인 국민학교 교실로 되돌아올 수 있는 융통성을 갖도록 하자.
미국·영국·서독 등 선진국들도 어린이의 영재성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입학은 법적으로 정해진 연령에 하게 하고 학교에서 생활을 해 나가는 동안에 능력이 피어나는 것을 관찰한 후 영재프로그램에 참여시킬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한다. 예전보다 아이들이 똑똑해졌다는 사실 때문에 5세유아를 국민학교 1학년에 취학시켜야 한다는 사실은 단순한 논리다. TV나 매스컴의 영향으로 세계의 어린이들도 모두 우리나라 아이들만큼 똑똑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린이들에게 맞는 교육을 5세유아들에게 행하기 위해 활동중심·놀이중심의 교육을 하고 있다. 세계의 석학 「브루너」역시 「5세 유아들의 놀이는 심각한 사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동차를 시운전할 때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데 「귀중한 어린이의 삶」을 결정하는 일을 쉽게 단안 내려서야 과연 되겠는가? <이원령><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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