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 추급 있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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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 청문회기 날이 갈수록 세련되고 개선돼 나가고 있으나 증언에 대한 미흡감은 여전하다.
심야까지 진행된 국회 문공위의 언론청문회를 보면 정당별 팀 플레이. 단문 단답형의 문답 활용, 그룹신문방식의 채택 등으로 그전보다 현저히 개선됐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80년 언론인 대량해직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믿어지는 이날의 증인들은 전과 마찬가지로 궤변과 책임전가, 얼버무리기 등으로 진실규명을 계속 외면했다.
증인들은 자기들이 모를 수 없는 문제를 모른다고 잡아떼고 같은 시절 같은 편에서 같은 일을 수행하고서도 이제 와서는 지시에 의해 했다, 용도를 모르고 명단을 올렸다는 따위의 발뺌만 일삼았다. 뿐만 아니라 이 조치의 불법성을 따지는 질문에 『당시는 혁명적 권력이 작동된 때』라느니, 『반은 합법이고 반은 합법이 아니다』는 말장난 같은 답변까지 나왔다.
증인들은 왜 진실을 밝히지 못하는가. 당시 언론인 해직의 발상 자와 입안자는 누구였고, 그것을 추진·집행한 주체는 누구였는지 왜 말을 하지 못하는가. 그 조치를 「소신」에 의해 이른바 사회정화의 일환으로 추진했다면 이제 와서 전후시말을 밝히는데 주저하는 까닭이 뭔가
증인 입에서 반은 합법이 아니라는 말이 나왔듯이 이 조치가 불법이었음은 더 말할 나위도 없고 진실을 떳떳이 밝히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결과에 책임지는 「소신」 역시 사라져 버렸음을 보게된다.
증언을 들어보면 당시 문공 장관은 보안사 정보처장으로부터 2백 명의 해직대상자 명단을 받았을 뿐 경위나 내용은 모르고, 소위 「언론대책반」의 팀장은 지시에 따라 90명의 명단을 보고했을 뿐이며, 허문도씨는 통폐합은 자기가 주도했지만 해직에는 간여하지 않았고, 당시 실력자로 공인되던 국보위사회정화위 간사는 언론인 해직에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했다.
이들의 말만으로는 미국에 가 있는 권정달씨가 입을 열어야만 진실을 알 수 있게 돼있다. 그렇지만 당시 이들간의 관계로 보아 저 사람이 한 것을 이 사람이 모르고 저쪽 소관이라 이쪽은 관련 없다는 식의 주장은 그저 형식논리일 뿐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이미 일부 증인의 경우 위증이 명백한 대목도 발견됐지만 증인들이 이처럼 형식논리와 책임전가 등으로 진실을 은폐, 축소하려고 하는 한 국회로서는 이를 취급하는 후속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계속적인 철저한 추궁과 함께 대질 신문 등의 진상규명 노력이 더 있어야하고 명백한 위증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고발조치 등을 서슴지 말아야 한다.
증인들의 불성실한 증언에도 불구하고 80년 언론인 대량해직의 성격은 더 이상 감추기 어렵게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이철 의원의 자료와 증인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정당성 없는 정권장악을 준비하는 작업의 일부로서 자기들에게 비판적인 언론인들을 제거하는데 이 조치의 주안이 있었음은 명백하다. 이 과정에서 이런 일을 저지, 또는 견제하는 역할을 했어야 할 언론계출신 인물이나 문공부 관계자들이 저지, 견제는커녕 힘과 꾀를 보태고 거기서 출세의 발판을 찾으려한 현상을 보게되는 것은 언론계로서도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언론의 더할 수 없는 비극이었던 80년 언론사태는 그 잘 잘못이나 유·불리가 누구에게 미치든 이제는 진상이 밝혀짐으로써 청산·극복되는 길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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