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단체장 임명권 돌려달라”vs“공무원법 우선,인사교류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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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하는 오규석 기장군수.[사진 기장군]

부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하는 오규석 기장군수.[사진 기장군]

무소속 오규석(60·4선) 부산 기장군수가 지난달 23일을 시작으로 주 1회 점심시간에 30분가량 부산시청 앞에서 부단체장 임명권을 돌려달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도 했다. 과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출장을 간 지난 10일에는 국회의사당 1번 출구 앞에서 시위했다. 주·월 1회씩 부산시청과 국회의사당 앞에서 무기한 시위하겠다는 게 오 군수 입장이다.

오규석 기장군수 무기한 1인 시위 #“부단체장 임명권 돌려달라”요구 #부산시 “인사교류 필요하다”며 반박

그의 주장은 ‘시의 부시장, 군의 부군수, 자치구의 부구청장은 시장·군수·구청장이 임명한다’는 지방자치법(제110조 4항)에 근거한다. 그는 “법 규정이 있는데도 광역단체장이 기초단체의 부단체장을 임명(인사)하는 건 관선 시대 관행이자 분권·자치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했다.

부산시는 오 군수 주장이 터무니없는 건 아니라면서도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지방공무원법에 ‘시·도지사는 시·도에 두는 인사교류협의회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관할구역의 장에게 인사교류를 권고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자치단체의 장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인사교류를 하여야 한다’고 돼 있어서다.

부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하는 오규석 시장군수.[사진 기장군]

부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하는 오규석 시장군수.[사진 기장군]

또 자치단체 간 인력의 균형배치와 지방행정의 균형발전을 위해 5급 이상 공무원이나 6급 기술직렬 공무원을 교류하도록 명시한 지방공무원 임용령을 내세워 오 군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자치구 사무의 특례)에도 공무원 임용·교육·훈련은 자치구에서 처리하지 않고 광역시에서 맡아 처리하도록 사무규정이 돼 있다고 부산시는 밝혔다.

앞서 부산시는 지난달 27일 기초차지단체 부단체장을 임명하면서 기장군 윤포영 현 부군수를 유임시켰다. 윤 부군수는 오는 연말 퇴임을 앞두고 있다.

조용규 부산시 인사과장은 “공무원 임용 관련해서는 특별법이 지방공무원법이다. 지방자치법보다 지방공무원법이 우선한다”며 “부단체장 등의 인사교류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장군 공무원의 승진기회가 줄어든다. 시정과 군정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부단체장 인사를 놓고 광역·기초단체 간 갈등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다. 민선 7기가 출범하면서 해소되긴 했지만, 지난 3년간 부단체장 등 인사교류를 하지 않은 서울시와 강남구의 충돌이 대표적 사례다. 광역단체의 부단체장 인사 때마다 전국 곳곳에서 기초단체 공무원 노조는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 광역단체는 기초단체에 주는 지방교부금을 깎겠다고 하는 등 예산을 앞세워 압박하면서 인사를 관철하곤 한다.

부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하는 오규석 시장군수.[사진 기장군]

부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하는 오규석 시장군수.[사진 기장군]

지방자치법상 기초단체장이 부단체장 임명을 하지 말라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기초단체장이 공무원 임용·교육·훈련을 직접 할 경우 더 큰 혼란과 함께 ‘자기 사람 심기’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광역단체와의 인사교류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가뜩이나 승진 기회가 적은 기초단체 공무원의 승진문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게 관가의 해석이다.

이와 관련, 기장군 공무원 노조는 원칙적으로 부단체장 임명권 반환에 동의하면서도 오 군수 시위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오 군수는 “임명권 보장과 인사교류는 완전 별개의 문제다. 임명권을 주고 인사교류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지방자치법과 지방공무원법의 충돌이자 임명과 교류 인사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많다. 이 때문에 지역 관가에서는 지방자치법에 단서조항을 다는 등 법 개정과 함께 부산시와 기장군이 회의 테이블에 앉아 합리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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