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수사 잘돼야 될텐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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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두환전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가 15일 구속됨으로써 전씨일가 비리에 대한 검찰수사가 일단락됐다. 지난달 26일 전씨의 생질인 김영도씨(53)가 변호사법위반혐의로 서울지검 남부지청에 구속된 것을 시작으로 20일동안 사촌형 전정환, 형 전기환, 사촌동생 전우환, 동서 홍정두씨등 6명이 차례로 구속돼 국민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이같은 분노는 지난 정권의 정통성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정의사회를 부르짖던 통치자의 주변이 너무나 정의와는 거리가 멀었다는데서 비롯된 배신감 때문일 것이다.
바로 이점이 국민들로 하여금 검찰이 전씨 친·인척들의 모든 비리를 낱낱이 파헤쳐 줄 것을 기대하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수사결과는 몇건의 변호사법위반 및 회사운영과정에서의 공금횡렴이나 탈세등을 적발해내는데 불과했고 국민이 기대를 걸었던 이권개입등 권력형비리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더구나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과 서울시·국세청등의 고위공직자들이 노량진수산시장 강제인수 과정에 개입됐음을 밝혀내고서도 공소시효를 넘겨 이들을 처벌하지 못한 것은 이유야 어떻든 늑장수사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물론 인신구속은 수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이있듯 수사결과에 대한 평가가 아직은 성급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5공화국시절 파행적인 검찰권 행사를 종종 보아온 국민들 입장에선 이번 수사를 계기로 새로운 검찰상이 정립되기를 기대했던 만큼 또다시 「5공 시절의 검찰수사」가 재연 되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게된 것이다.
다행히 기소까지는 앞으로 20일 가까운 시간이 있다.
검찰은 충분한 보강수사를 통해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어야하며 다시는 이러한 검찰에 대한불신을 씻도록 노력해야한다.
과거 혁명적 조치에 의해 처단되던 지난 정권에 대한 비리를 통상 법절차에 따라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는 것 자체가 한단계 발전한 것임엔 틀림없다.
불행했던 과거의 청산과 정치권력형 비리의 재발방지에 대한 1차적 책임을 맡게된 검찰도 이젠 다시 태어나는 진통이 없이는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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