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 사들이기 보다 현금 가지고 가겠다" 한국부인회 2천여명 「혼수의식」조사|"시댁의 눈치때문에 할수없이 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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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리나라 여성들은 지나친 혼수 마련보다는「지참금」을 가지고 결혼하는 것을 더 바람직하게 여기고 있으나 시댁에서 혼수의 양과 질로 며느리를 평가하기 때문에 과다혼수가 근절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인회(회장 박금순)는 과다·호화 혼수의 병폐를 근절시키기 위한방안으로 「혼례혼수 이대로 좋은가」를 연제로한 전국13개도시 순회강연을 기획, 첫번째로 지난 7일오후3시 서울교육회관강당에서 서울지부 회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길표교수(성신여대)의 강연을 들었다.
이교수와 한국부인회가 최근 전국여성2천3백63명을 대상으로 공동조사한「혼수의식조사」에 따르면 혼수는 당장 필요한 것만 마련하고 저금통장(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는 응답자가 85%로 압도적이었다. 신랑·신부의 예물로 보석이나 장신구를 장만하기 보다 현금 지참을 바람직하게 여기는 이도 17·9%나 됐다.
반면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혼수장만을 가급적 많이 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10.3%, 혼수가구준비는 집이나 방에 상관없이 기본적 가구를 준비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14.1%로 나타났다.
혼수마련이 지나치게 과다해지는 원인에 대해「시댁에서 혼수의 양과 질로 며느리를 평가하기 때문」(39·2%),「평생에 한번인데 두고두고 원망을 들을까봐」(36·2%)등을 이유로 꼽고 있어 상대방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이 문제인 것으로 지적됐다.
또 상대방이 많은 혼수를 해왔을때 「고맙고 기쁘다」(18·3%),「미안하지만 불쾌하지는않다」(36·4%)는 긍정적 견해가「불쾌하다」(9%),「앞으로 절약하면서 살수 있을지 걱정」(36·3%)이라는 부정적 견해보다 많아 호화혼수가 쉽사리 근절되기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타지역에 비해 혼수품목이 가장 많은 지방은 광주. 베홑이불까지 해가는등 특히 침구류를 많이 해가는 경향을 보였다. 다음이 전북·충남의 순.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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