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오토바이' 타고 봄바람 쌩쌩~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30일 오후 2시 여의도 선착장. 요란한 굉음과 함께 오토바이 4대가 들어왔다. 그러나…. 분명 오토바이지만 모양새나 디자인이 영 수상쩍다. 할리 데이비슨 같은 클래식 오토바이와 비교한다면 크기도 작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이 타는 오토바이는 기성품이 아니다. 구조를 변경하고 개성을 한껏 살려 만든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아트 오토바이'인 것. 이들처럼 이색적인 미니 오토바이를 즐기는 레저 군단들이 점차 늘고 있다.

오토바이를 축소했다고 해 이름 붙여진 미니 오토바이는 미니바이크. 포켓바이크. 미니할리 등을 총칭한다. 보드에 모터를 달아 몇 년 전 거리를 주름잡았던 모터보드와 휠맨 등의 뒤를 잇는 차세대 모터스포츠 아이템인 셈.

크기는 60~100㎝ 안팎으로 작아졌지만 시속 수십 킬로를 낼 수 있어 스피드를 따지는 청소년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고 비교적 안전한 것이 최대 강점. 면허와 등록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보관도 슂다. 무게도 40~60kg으로 가볍고 한 손으로 들고 이동하거나 차 트렁크에 쏙 들어갈 만큼 컴팩트하다. 가격대도 20만~40만원 안팎이어서 레포츠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니 오토바이는 오토바이를 선망하는 이들을 대리 만족시켜 줄 만한 아이템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청소년은 스피드를 즐기고 어른들은 할리 데이비슨 같은 클래식 스타일을 즐기는 등 매니어층이 나눠지는 것과 달리 미니 오토바이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소개한다. 이때문에 미니 오토바이는 가족형 레저아이템으로 환영 받고 있다.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니 오토바이 매니어 중엔 남편과 아내.아이가 함께 라이딩을 즐기는 가족회원이 꽤 많다고 한다.

네이버 카페 '미니초퍼할리바이크'의 운영자인 백창성 씨는 "오토바이가 남성의 전유물일 수는 없다"면서 "가족이 함께 레포츠를 즐길 만한 레포츠로 미니 오토바이를 국내에 소개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아내는 물론 두 아들과 함께 종종 미니 기종을 즐기는 매니어다. 둘째 호연이는 요즘 자신의 개성을 살린 오토바이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뜻을 백씨에게 밝히기도 했다.

이뿐인가. 핸들을 잡는 여성 회원도 속속 늘고 있는 추세다. 튀고 싶고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10대부터 40대 사업가까지 다양한 직업과 연령.남녀노소들이 미니 오토바이를 즐긴다.

동호회원들은 주말이면 삼삼오오 모여 라이딩을 즐긴다. 각자 사는 지역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합류해 국도를 함께 질주하는 기쁨은 주중의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는 데 그만이다. 함께 질주한 회원들은 카페에서 정보를 공유한다. 아예 지역별 매니어 카페가 있을 정도다. 일산 대화동 '행아웃'은 모터스포츠를 즐기는 매니어들의 아지트로 알려져 있다. 카페 주인 장종산씨 자신도 미니할리 기종 블랙톱을 즐기는 라이더. "이곳에선 하루 20 ̄30여 명의 회원들이 오토바이 구조와 디자인에 대해 정보를 공유한다. 거의 '환자' 수준이지만 그들이 국내 모터스포츠 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역들"이라고 자랑한다.

회원 중엔 오토바이를 구입해 질주하는데 그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자기의 개성을 살린 오토바이를 직접 만들고 이를 보급하는데 앞장서는 이들도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국내의 모터 레포츠문화가 한 차원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된다.

# 네이버 카페 '미니초퍼할리바이크' 바이크짱 인터뷰

"나만의 바이크를 꾸며 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외국의 아트 바이크를 모델 삼아 직접 만들어도 보고 또 그것을 타면서 제대로 즐기도록 이끌어 주죠."

네이버 카페 '미니초퍼할리바이크'에서 바이크짱으로 통하는 백창성(43)씨.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그가 모터스포츠에 관심 가진 건 8년 전 미니스쿠터를 만나고부터다. 이를 시작으로 모터보드.휠맨.미니바이크.포켓바이크 등 독특하고 신나는 외국 아이템들을 하나 둘씩 선보인 주역이기도 하다.

백씨는 외국의 유행을 그대로 펴기보단 현실에 맞게 각색, 동호회를 결성해 소개하는 식이었다. 그의 전략은 성공했다. 새로운 모터스포츠는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져 나갔고 문화는 어느새 산업으로 연결되는 순환구조를 따라갔다. 이때쯤이면 이미 그의 관심은 새로운 것으로 옮겨져 있곤 했다. 산업계에선 그를 '모터스포츠의 얼리어답터'로 간주하고 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X-spout.com 사이트를 개설하면서 취미를 아예 직업으로 삼았다. 이를 근간으로 그는 30여종의 바이크를 소개, 주문생산하고 있다.

"가수가 신곡을 발표하는 것과 같은 심정이죠. 잘만 즐겨준다면 이보다 더 보람된 일이 없습니다"

요즘 그의 관심은 온통 할리와 ATV에 쏠려 있다. 개성을 한껏 살려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디자인의 오토바이를 만드는데 전율을 느끼고 이를 함께 하는 이들이 있어 더욱 즐겁다.

'미니초퍼할리바이크'는 바로 이를 위한 카페인 셈. 동호회 회원 1100여명. 지역별로 모임이 이뤄지고 그는 일산과 서울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아트바이크 경진대회를 열고 싶다. 또 여름철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ATV 체험장을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 다양한 모터스포츠 아이템

# 포켓바이크: 오토바이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고 작기 때문에 차에 가지고 다니면서 어느 장소에서든 즐길 수 있다.

# 미니할리: 크기는 미니바이크, 모양은 아메리칸 스타일. 엔진은 50 cc 이하로 2종 소형 운전면허가 필요 없이 오토바이를 즐길 수 있어 인기다. 또 차량등록이 필요 없고 휘발유 1리터로 50km 이상 주행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 모터보드: 스포츠머신의 진화는 어디까지인가를 생각게 하는 특이한 비클. 탈것의 개념으로 본다면 분명 '비클'이지만 자동차나 모터바이크에 비하면 너무나 기본적인 구성을 자랑한다. 박진감 있게 달릴 수 있는 머신. 자동차.모터바이크처럼 과장된 몸체나 대단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진 않지만 다이나믹한 레이싱과 컨트롤이 가능하다.

# 카트: 경주 마니아로서의 출발점을 제시하는 한편 남녀노소 누구나 평생 즐길 수 있는 대중 레저 스포츠. 배우기 쉽고 안전성이 뛰어나다. 최근 모터관련 스포츠 중 가장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 ATV= 산악용 4륜 오토바이. 비포장도로는 물론 자갈이나 모래밭.작은 웅덩이.둔턱. 언덕 등 웬만한 곳은 거침없이 나아간다. 외국엔 대규모 ATV대회가 열릴 정도. 몇 년 전부터 동호회가 생겨나면서 새로운 가족 레포츠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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