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해명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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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윤길중 민정당대표위원에 이어 5일 전두환 전대통령을 연희동 자택으로 방문한 민정당의 정호용 의원은 『전전대통령은 나라발전에 도움되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는 심정으로 사과·해명문제도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더라』고 전했다.
정 의원은 연희동 방문 뒤 김길홍 의원의 안동시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방에 내려가 있다가 기자들과 만나 7일 오후 대구수성호텔에서 전씨와의 면담내용을 간략히 소개했다.
-연희동을 방문한 이유는.『순전히 개인적인 관계에서 갔습니다. 3일 학생들이 체포조를 만들었다느니 대대적인 운동을 벌인다느니 하는 판국이라 심적 충격도 클 것 같고 불편한 마음이겠구나 생각해 위로차 간겁니다. 저와는 육사동기생이며 오래 군대생활을 같이한 사이라 대통령하실 때는 상사-부하의 관계지만 하야한 다음엔 인간만 남는거 아닙니까. 친구입장에서 찾아뵈야겠다 해서 간겁니다.』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았나요.
『사람이란 다 감정이 있게 마련이지만 요즘의 일은 감정으로 움직여선 안 된다, 냉정·침착하게 대처해야한다, 순간적인 감정으로 대처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말했읍니다. 특히 대통령을 한 분이니 어떤 경우든 대통령다운행동, 남아다운 행동이 있어야한다고 강조했읍니다.』
-그에 대한 반응은 어떠했읍니까.
『나라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는 그런 심정이십디다. 잘못한 점 인정도 하고, 해명할 일 해명도 하겠다면서….』
-해명·사과를 권유했읍니까.
『그게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어요. 인간은 공수래공수거아니냐, 대통령을 한 사람으로서 부귀영화·권위·자존심등 여러가지 고민이 있겠지만 공수거면 본전이다. 모두다 훌훌 털면 마음이 편해질거다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통령지내고 군출신이고 하니 적어도 국가를 잊지 않는 태도에서 결심하고 결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말씀을 드렸어요.』
-받아들이던가요.
『사과·해명부분은 완전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더군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담담한 모습으로 받아들입디다.』
-어떤 형태의 사과·해명을 구상중이던가요.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읍니다.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과 조속히 결말짓기를 원하는 것 같았어요.』
-노태우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하던가요.
『나에게 그런 의향을 일체 말하지 않았읍니다.』
-야당쪽을 원망하던가요.
『원망은 없었습니다. 다만 전반적으로 잘못한 점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은 좋으나 잘한 부분에 대해서도 인정을 해줬으면 하더군요. 공정한 평가, 언론에서도 공정한 시각을 가져줬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있는 감이었어요.』
-외국 나가는 이야기는 없었나요.
『내 개인적으론 다 털어 내놓는다면 있을 곳도 없으니까 잠시 외유라도 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그 자리에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분이 나갈지 어떨지 그분도 고집이 있으시니까 그분께서 알아서 하실 일이죠.』
-사과·해명시기에 대해선.
『나도 그분도 빠를수록 좋다는 생각이었읍니다.』
-당대표위원 설이 파다한데요.
『어디서 나온 얘기입니까. 대통령이 하실 일이죠.』
그러면서도 『당직개편은 정기국회 후가 될 것』이라며 『민정당의 진로도 민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희망에 따라야한다』고 언급하는등 높은 관심을 표명했는데 『언론에서 도와주면 또 모르죠』하고 여운을 남겼다. <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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