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쟁력 낮아져 회사에 타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우리 돈값이 자꾸 올라 마침내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이6백원대에 들어섰다.
원임 절상이 공지의 사실이었던 연초부터 충분히 예상되어오던 일이지만 환율 6백원대로의 진입이 우리경제에 가져다주는 의미는 실로 크다.
환율이란 쉽게 말해 우리경제 전체의 값을 통째로 매기는 것과 마찬가지고, 따라서 경제의 근본적인 흐름을 좌우하는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돈값을 자꾸 밀어올리는 가강 큰 힘은 역시 경상수지혹자다.
상품이 잘 팔려나갈수록 값을 올려받는 기업논리와 마찬가지로 우리 경제의 값이 어딘가 실제보다 싸게 매겨지고 있어 무역수지흑자가 자꾸 늘어난다면 걱정한 값을 매겨주어야만 대내외적으로 경제의 균형을 잡아나갈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싼값의 경제,곧 낮은 원화가치를 고집하는한 상품수출은 계속 크게 늘려갈수있어도 싸구려 수출속에 실속없이 굴러가는 기업들도 함께늘어나게 되고,수출때문에 불어나는 통화가 다른 부분의 돈줄을 죄어갑게 되며,더 싸게사올수도 있는 외국상품을 계속 비싸게 사오는 결과를 낳는다.
반대로 원화절상을 통해 비싼값의 경제로 옮겨간다면 똑같은 외채를 갚는데 원화를 덜들여도 되고 또 앞서의 문제들을 해결할수도 있게된다.
다만 수출가격 인상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문을 닫는 기업이 늘어나게되고,싼값의 달러화나 엔화를 비싼값의 원임로 바꾸어두려는 외국인들 때문에 실익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핫머니만 불려놓게 되고만다.
그러나 경제전체의 걱정한 값을 매긴다는 일이 말처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여느가격흥정과 마찬가지로 환율도 무역상대국의 입장에 따라, 또 정부와 기업의 입장에따라 서로 부르는 걱정한 값이 다 틀리기 때문이다.
지난해말이나 올해초 국내기업들이 불렀던 걱정환율은 달러당 7백20∼7백30원이었다.
지난해말의 중소기엄은행조사,올3월의 무협조사에 따르면 당시 손(전문기점으로 제시되었던환율은 수츨중소기엄이 7백30원,수출기업전체로는 7백20원이었다.
당시의 조사대로라면 이제 7백원선이 깨지는 마당에 손해를 보는 기업들이 무더기로 나왔 터이지만 아직 그런 상황은 아닌듯 싶다. 봉제완구·섬유등 일부 업종만이 타격을 보고 있다.
환율절상의 환경에서 살아남기위한 기업들의 동태적인 대응이 작동했다는 증거다.
실제로 경제기획원의 조사에따르면 1년전에 비해올2·4분기중 환율은 12·5% 절상되었으나 우리상품의 평균 수출단가는 14·8% 올랐다.
봉제완구엄체 34개가 이미 도산했다는 상공부의 조사와 같은 우울한 통계에도 불구하고 업종별로의 명암을 평균하여 보면 아직 기업들이 버틸 여지는남아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따지고보면 당하는 업체로서야 야속하기 짝이 없겠지만 환율을 절상해간다는 것은 바로 봉제완구와같이 수출채산성이 두텁지못한 업종을 하나하나 버린다는 「절단」 의 의미다.
최근 상공부가 추정했던 업종별 손익분기점 환율이▲섬유·신발·완구·인형7백30원▲가전·조선7백원▲산업용전자· 철강·.기계·개인용 컴퓨터 6백80원▲자동차·VTR6백70원등이었던것을 보아도 환율이 절상되어감에따라 과연 어떤 업종부터 「구조조정」 의 지각변동을타개되어있는지를 알수 있다.
아직 우리경제 전체로 보아 그같은 구조조정이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현재 환율절상의 구체적인 피해를 조사하고 있는 상공부는봉제완구·피혁·의류정도를 비교적 피해가 큰 업종으로 꼽고 있는 상태인데 올들어 9월말까지 지난해에 비해 수출이 두드러지게 줄어드는 품목은 잡제품을 제외하고는 별로없다.
나아가 한은은 최근 올해의경상수지 혹자가 1백2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치를내놓기까지 했다.
미국이 우리더러 환율을 더절상 하라고 아우성치는 것은 그들도 우리경제의 이같은통계들을 같이 보고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 전체를 통째로 평가하는 가격홍정에서 상대방의 주장을 그대로 들어줄수는 없는 노릇이고, 우리는 환율 6백원대로의 진입을 계기로 우리 경제의 값이 과연 적절한가를 다시한번 되짚어볼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최근 한국개발연구원 (KDI) 은 매우 주목할만한 계산을 해냈다.
곧,우리가 혹자를 내기 직전 1년간(85년 3·4분기∼%년 2·4분기)의환율을경험상 가장 제값이· 반영된 환율이라고 할수있으므로 이때를기준으로 해서 볼때 올 7∼8월의 우리 돈값은 오히려 당시보다 조금씩이나마 비싸게 매겨지고 있었다는 계산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결코우리 돈값을 일부러 낮춰 「싸구려 경제」 를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인데,왜 경상수지혹자는 더욱 더 불어나기만 하는 것일까.
해답은 매우 간단하다.돈값이 제대로 매겨져 있는데도 수출과 수임의 차가 자꾸 더 벌어지고 있다만 그것은 수임이어디선가 막혀있다는 이야기다.
만일 수임을 막아놓은채 늘어나는 경상수지혹자만을 바라보며 우리 돈값을 계산하거나무역상대국과 홍정을 벌인다면다시없이 어리석은 일이다.
또 기업의 해외투자에 대해서도 「자본도피」 의 시각으로만보는 지금까지의 사고방식에서벗어나 전향적인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실제 경상수지혹자의증감은 환을변동과는 상당한 시차를 갖게마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임확대나 해외투자의노력을 하지않은채 늘어나는 경상수지혹자규모에 밀려 환율을조정해간다는 것은 자칫 돌아올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마는 결파를 초래할수도 있다는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