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남북 정상 초청 위해 서울·평양 특사 보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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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다음달 18일 개막하는 제18회 아시안게임 개최국인 인도네시아가 남북 정상을 공식 초청하기 위해 서울과 평양에 특사를 파견할 예정이라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24일 밝혔다.

정부 당국자 “27일 대통령 만날 수도”

이 당국자는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 4월 30일 남북한 대사(인도네시아 주재)를 불러 남북한 정상을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이어 최근 초청장(사본)을 보냈다”며 “금명간 장관급 인사를 한국과 북한에 특사로 보내 (두 정상에 대한) 초청 의사를 재차 천명하는 쪽으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남북한 정상이 아시안게임에 동시 참석해 자연스럽게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른 당국자는 “정부가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 측과 특사 일정을 협의 중”이라며 “특사가 조코위 대통령의 친서를 지참할 경우 27일을 전후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는 이달 말께 북한에도 특사를 파견할 방침인 것으로 정부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지난주 평양에서 열린 대사 회의에 참석한 안광일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아시안게임 참석을 요청하는 초청장(사본)을 보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가 남북 정상을 초청하는 데 공을 들이는 건 남북 정상이 아시안게임에 참석할 경우 이를 국제적인 외교 무대로 격상시키며 지구촌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한반도의 긴장 완화에 기여하겠다는 기존의 외교 노선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정부 당국자는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남북관계가 대치국면을 보이자 정상회담을 중재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적이 있다”며 “지난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북·미 정상회담을 자국에서 개최하겠다는 의지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는 1950년대부터 북한과 막역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은 “북한과 인도네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비동맹 국가로 활동했다”며 “양국은 김일성 주석과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 때부터 정상 간의 교류가 활발했다”고 설명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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