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2006 서울대회' 준비하는 오연상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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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당뇨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한국에만 5백만명이 넘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자신이 당뇨병 환자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내다 뒤늦게 병원을 찾는 바람에 치료 시기를 놓쳐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입니다."

지난달 24일부터 29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8차 국제당뇨연맹(IDF) 세계당뇨대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2006 IDF 서울대회 조직위원회' 오연상(吳演相.46.중앙대 의대 교수)사무총장은 "당뇨병은 예방과 치료를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병"이라고 말했다.

3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세계 최대 의료관련 국제행사인 IDF 세계당뇨대회는 세계당뇨연맹의 1백83개 회원국 2만여명의 당뇨관련 의료인이 참가하는 국제적인 학술대회. 당뇨병과 당뇨치료 관련 산업의 현주소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국제전시회도 함께 열린다.

그는 2006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IDF 세계당뇨대회를 계기로 우리 국민이 당뇨병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번 파리 대회에서 제20차 대회 유치를 위한 참가국들의 각종 로비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2만명의 의료인들이 모인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교통.항공.숙박 서비스에서만 1천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吳교수는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당뇨병학회라는 비영리 민간의료단체의 힘으로 어렵게 유치권을 따냈습니다. 고생해서 얻은 기회인 만큼 역대 어느 대회보다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준비 중입니다."

IDF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 전 세계에서 1억4천여만명이 당뇨병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20여년 후인 2025년에는 3억3천여만명까지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병원을 찾아오는 당뇨병 환자들은 아예 자신의 병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사람, 그리고 진단과 동시에 '이제 죽었구나'하면서 체념하는 사람, 이렇게 두 유형으로 나뉩니다. 하지만 당뇨는 관리를 통해 극복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꾸준한 식습관 개선, 운동 등을 통해 예방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겁부터 낼 병은 아니라는 말이지요."

吳교수는 현재 노인의료 복지시설인 순애원(경기도 고양시)의 이사장직을 맡아 주말마다 정기적으로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순애원은 치매 등 각종 노인병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순애원은 실비로 운영되는 요양원의 수입과 정부보조금, 사회단체 및 개인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吳교수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을 폭로한 의사로도 유명하다. 1987년 당시 중앙대 용산병원에서 근무하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가장 먼저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현 경찰청) 대공분실 사건 현장에 도착했었다.

그는 朴군의 죽음이 경찰의 주장처럼 단순 쇼크사가 아닌 고문에 의한 사망이라는 소견을 냈었다. 의료봉사활동과 朴군 사인규명에 이바지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87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로부터 인권상을 받기도 했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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