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 '종교색 배제' 각서 받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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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인천(경인)지역 새 민영방송(민방) 사업자가 선정됐다. 방송위원회는 28일 '경인TV 컨소시엄'을 새 민방 사업자로 확정했다(그래픽 참조). 방송은 내년 5월 시작된다. 경인지역 민방은 1997년 iTV가 시작했다. 그러나 iTV가 방송위의 재허가를 받지 못하는 바람에 지난해 1월 방송이 중단됐다.

◆ 방송위 "종교적 편향성 막겠다"='경인TV 컨소시엄'은 24개 업체와 개인 주주 4명의 연합체다. 최대 주주인 영안모자는 세계 모자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알짜 중견 기업이다. 주목되는 기업은 기독교방송인 CBS다. 6대 주주로 참여했다. CBS의 지상파 진입에 다른 종교계의 눈빛이 곱지 않다. 대한불교종단협의회, 천주교 인천교구 등은 "민방이 특정 종교의 색채를 띨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방송위는 이런 우려를 감안해 이날 "종교적 편향성을 막을 수 있도록 공정성 이행 각서를 제출케 했다"고 밝혔다. 또 "CBS는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뿐 방송에 대한 직접 개입은 없다는 게 경인TV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 험난했던 선정 과정=방송위는 2004년 12월 경영 부실, 노사 갈등을 이유로 iTV의 방송을 중단시켰다. 하지만 후속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방송을 대신할 곳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사업자 공모가 시작됐고, 5개 컨소시엄이 구성됐다. 그 와중에 각종 억측과 음해성 소문이 많았다. 지난해 초 노무현 대통령이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중기협) 측에 "민영방송을 하려 했던 것을 잘 알고 있다. 큰 그림을 그려 보라"고 얘기하면서 '중기협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내정된 게 아니냐'는 소문까지 나왔다.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연초 1차 공모는 무산됐다. 방송위는 "모든 컨소시엄이 기준 점수를 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후 2차 공모 과정에서 많은 업체가 포기하고 컨소시엄이 두 곳으로 압축됐다. 중기협이 이끄는 '경인열린방송'과 영안모자.CBS 등이 연합한 '경인 TV'의 접전이었다. 1차 공모에서 CBS쪽과 힘을 합쳤던 옛 iTV 노조는 중립을 선언했다.

방송위는 심사 결과 점수를 높게 받은 경인TV를 선택했다.

◆ 제2의 SBS 될까=방송위는 지난해 9월 경인 민방의 방송권역을 경기 북부까지 확대했다. 이전의 iTV는 경기 남부에서만 볼 수 있었다. 새 민방은 경인지역 시청자 1300만 명을 확보한 셈이다. 또 케이블을 통한 서울지역 '역외 재송신'(방송권역을 넘어 전파를 보내는 것)도 가능하게 했다. 따라서 새 민방은 과거 iTV보다 수익성과 영향력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권역이 겹치는 SBS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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