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국제공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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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이달 초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도쿄사무소에 부임한 전해경씨. 전씨는 북한 어린이 지원사업과 관련해 우리 정부와 유니세프 사이의 정책 조율을 책임지고 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도쿄 사무소에서 일하는 전혜경(38.여)씨는 요즘 한 달이면 서너 번씩 도쿄~인천 간 비행기를 탄다. 한국 정부와 조율해 북한 어린이를 돕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6.25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줄곧 각국의 기부금을 받아 저개발국의 어린이를 지원하는 이 기구의 도움을 받다가 1991년부터 후원국이 됐다. 전씨처럼 국제기구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국제 공무원'이라고 부른다. 재난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나라를 돕거나 환경보호.인권수호 등 인류 공동의 과제를 풀기 위해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게 그들의 일이다. 국제공무원의 세계를 들여다 봤다.

◆어떻게 들어갈 수 있나=네 가지 길이 있다. 우선 유엔의 각 기구들은 결원이 생길 때마다 각국 정부에 모집 공고를 보내 국제적인 공모 절차를 밟는다. 각 기구의 인사담당관은 여기에 응모한 사람들의 서류를 검토한 뒤 서류심사에 통과한 사람을 대상으로 기구의 사무국 또는 지역 사무소에서 면접을 한다.

대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이들이 도전해 볼 만한 것은 JPO(Junior Professional Officer) 과정이다. 외교통상부가 선발해 각 기구에 파견하는 일종의 수습직원이지만 정규직 직원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1~2년의 파견기간이 끝나면 근무성과에 따라 정규직 진입이 가능하다. 매년 4월 실시되는 JPO 시험은 까다롭다. 영어 능력은 TEPS 성적으로 따진다. 대부분의 응시자가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낸다. 2차 시험은 자질과 희망분야에 대한 식견을 보는 한국어 면접과 각종 국제 현안에 대한 영어 작문, 영어 면접 등으로 짜였다. 제2외국어 우수자, 변호사.회계사 등 공인 자격증 소지자나 정부부처 등에 근무경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가산점을 준다. 96년 이 시험이 시행된 뒤 모두 48명이 선발돼 각 기구로 파견됐다.

그 다음은 유엔에 내는 분담금에 비해 유엔기구에 일하는 사람이 적은 회원국 국민을 대상으로 뽑는 공채 시험이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 분담금이 늘어나(현재 분담률 순위 11위) 한국 사람들이 유엔기구에서 일할 기회가 늘었다.

채용분야와 직급은 매년 다르다. 1차 필기는 서울에서, 2차 면접은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봐야 한다. 합격하면 일단 대기했다가 공석이 나는 분야에 우선 채용된다. 이 시험을 통해 국제기구에 진출한 35명의 한국인 중 22명이 현직에서 일하고 있다. 또 유엔 기구별로 YP(Young Professional)라는 수습직원을 뽑기도 한다. 정부의 추천을 받은 사람 중에서 선발한다. 일정한 실무수습 기간을 거쳐 근무실적이 좋으면 정규직원으로 채용된다. 그러나 올해 이 두 가지 형태의 채용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유엔에서 일하는 한국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국제 공무원의 처우와 고충=유엔과 산하기구에서 일하는 전문직들에 대한 대우는 좋은 편이다. 유엔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보수를 받는 국가 공무원 수준에서 연봉이 결정된다. JPO의 기본 연봉은 4만~5만 달러 수준. 각종 수당 및 체재비는 별도로 받는다. 이 외에도 귀국 비용 등을 지원받으며 근무 중 사망.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릴 경우에는 별도의 보상을 받는다. 평생계약을 하면 62세까지 정년이 보장된다. 자국 여권 외에 유엔 여권을 별도로 발급받아 전 세계를 비교적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전혜경씨는 "사명감이 없다면 하기 힘든 직업이 국제 공무원"이라고 말했다. 2000년부터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서 5년간 일하기도 했던 그는 앙골라 내전의 영향으로 하루 수천 명의 난민이 쏟아져 들어오던 2001년의 잠비아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빗줄기를 맞으며 떨고 있는 아이들과 노인들의 굶주린 눈빛이 아직도 눈앞에 어른거린다"고 말했다. 고충도 적지 않다.

가족과 떨어져 오랫동안 해외에서 살아야 하고 여러 국가 출신의 동료와 이질적인 문화 속에서 직장 생활을 해야 한다. 일부 오지 국가에서 활동하다 보면 질병에 걸리기도 쉽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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