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피플] 헝가리 총선 승리 이끈 주르차니 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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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 15년 동안 헝가리 유권자들은 선거 때마다 정권을 바꿔 치웠다. 처음으로 한번 더 기회를 주고 싶은 사람이 나왔다. 그의 개혁을 완성하기에 4년은 너무 짧기 때문이다."

23일 실시된 헝가리 총선 결선에서 투표를 마친 유권자의 말이다.

최종 집계 결과 사회당.자유민주연맹의 좌파 연합이 전체 386개 의석 가운데 210석을 차지해 164석 획득에 그친 제1야당(피데스)에 완승했다. 1989년 민주화 이후 반복되던 정권 교체가 막을 내리고 여당이 첫 연속 집권에 성공한 것이다.

헝가리 국민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처음으로 '두 번째 기회'를 준 사람은 집권 좌파 연합의 지도자인 주르차니 페렌츠(44) 총리다. 그의 승리에 대해 외신들은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토대로 한 여당의 외자 유치와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유권자들이 높이 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정책의 한가운데는 사회당 소속 좌파 정치인으로 갑부인 주르차니 총리가 있다.

주르차니의 정치 철학은 시장경제체제를 지향하되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를 강조하는 것이다. 그는 "세계의 돈과 자본시장이 설정한 길에서 벗어나서는 안 되며 그렇게 할 수도 없다"며 "완전 고용이라는 헝가리 좌파의 목표는 경제 활성화와 투자 촉진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주창한 '헝가리 경제 현대화를 위한 100가지 프로그램'은 의료.고용.세금 등 헝가리 경제의 전면적인 현대화를 목표로 한 청사진으로, 이번 선거에서 지지자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주르차니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백만장자가 됐다. 공산체제인 80년대 대학생 신분으로 공산당 청년조직의 간부를 지내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시장경제체제로 전환되는 혼란기에 경제인으로 변신, 불하받은 국유 기업을 흑자 운영하면서 재산을 모았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사회당 집권은 공산시대의 연장'이라고 보는 일부 젊은 층의 인식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인터넷 블로거로 활동하고 록 콘서트장에 나타나며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총리 역을 맡은 주연 배우 휴 그랜트의 춤을 흉내 내는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젊은 층의 관심을 얻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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