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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 공백 땐 글로벌 경영 차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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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24일 검찰에 소환된다. 사진은 정 회장이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 제2공장 기공식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모습. [중앙포토]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검찰 소환을 하루 앞둔 23일 서울 양재동 사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정 회장은 이날 오전 출근해 이전갑 기획총괄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과 함께 검찰 조사에 대비한 회의를 했고 현대차그룹은 검찰의 사법처리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며 "정 회장은 오너이면서 직접 의사결정을 하는 최고경영자여서 경영 공백이 생기면 글로벌 경영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이날 오후 '정몽구 회장 공백시의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20장짜리 자료를 배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의 해외 딜러들은 물론 국내 하청업체 임직원들도 이번 사태에 불안해하고 있다. 미국 현대차딜러협회 스콧 핑크 회장은 최근 협회 모임에서 "현대차 사태가 더 나빠지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미국 고객은 이미지에 타격을 받은 회사의 제품 구매를 꺼려 이번 사태가 판매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협회는 딜러점의 위기 의식을 정리한 공문을 만들어 이번 주 현대차에 발송할 예정이다. 실제로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의 딜러점에 현대차 비자금 사건의 진상을 묻는 고객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또 HMA 직원 몇 명은 신분에 불안을 느껴 사직서를 제출했고 입사 뜻을 보였던 일부 경력자가 이력서를 도로 가져갔다. 캐나다 온타리오에서는 해외 경쟁사 딜러들이 현대차 사태 관련 기사를 발췌해 고객에게 보여주며 현대차를 사지 말라고 유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그룹의 부품업체 모임인 현대.기아차협력회(회장 이영섭)는 전국 1800개 업체 임직원 5만 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만들어 22일 검찰에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현대.기아차의 신인도가 추락하고 있다"며 "경영 공백이 생기면 부품업체 생업의 기반이 통째 흔들릴 수 있어 검찰이 이를 고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검찰은 정 회장 출두 때 많은 경호요원을 검찰 청사로 보내지 말라고 현대차그룹에 요청했고, 현대차는 이를 받아들여 소수의 신변 경호요원을 구성할 계획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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