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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사유 구체화"…내규 제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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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전원합의체 심리 절차와 쟁점, 회부 사유 등을 구체화한 내용의 내규를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심리 절차와 쟁점, 회부 사유 등을 구체화한 내용의 내규를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전합) 심리절차와 쟁점을 공개하는 내용의 내규를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전합 재판을 놓고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사전 교감을 한 게 아니냐는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 아니냔 해석이 나온다.

전합 회부 사유 구체적 명시 #"재판거래 의혹 불식" 해석도 #대법, "국민 알 권리 차원"

대법원은 18일 사건의 개요 및 쟁점을 공개하고 전합에 회부한 이유를 구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전원합의체 심리절차에 관한 내규’를 제정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새로 만든 내규에는 법원조직법(제7조 1항)에서 적시하고 있는 전합 회부의 사유를 구체화했다. 현행 법원조직법은 명령 또는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거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 외에 ‘부(小部·대법관 3명으로 구성된 작은 재판부)에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새 내규에선 이 규정을 구체화한 것이다.

내규는 전합 회부 사유로 △중대한 공공의 이해관계와 관련되거나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사건 △우리 사회의 근본적 가치에 관한 결단을 제시할 만한 사건 △사회적 이해충돌과 갈등대립 등을 해소하기 위한 최종 판단이 필요한 사건 △역사적으로 사법적 평가가 필요한 쟁점을 다루는 사건 △중요한 일반적 법 원칙을 강조해 선언할 필요가 있는 사건 등을 예로 들었다.

또 지금까지 언론사를 통해 간접적으로만 제공하던 전합 사건의 개요와 쟁점을 대법원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 국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12월 첫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원 대법정에 앉아 있다. 박종근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12월 첫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원 대법정에 앉아 있다. 박종근 기자

대법원 재판(상고심)은 원칙적으로 전합에서 다루되 전합 회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거나 소부에서 의견일 일치된 경우 소부 선고가 가능하게 돼 있다. 하지만 ‘재판거래’ 의혹의 발단 중 하나였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의 경우 왜 전합에 회부했는지, 전합에서 만장일치 의견이 나온 이유가 뭔지 등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내규는 전합 심판을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소부 선고를 진행하도록 한 법원조직법상 ‘원칙적 전원심판권’도 다시 담았다.

대법원은 내규 제정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에 대해 직접 언급했다. 보도자료는 “통상임금 사건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등 다수 국민의 법적 생활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거나 사회적 파급력이 큰 경우’라고 예시했다. 전합 회부 사유로 내규에 명문화한 ‘중대한 공공의 이해관계와 관련되거나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사건’에 해당해 반드시 전합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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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의 경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전합 회부를 희망했던 사실이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을 통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사건은 전합 회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소부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됐음에도 전합에 회부돼 만장일치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법행정권 남용이나 재판거래 의혹 때문에 내규를 제정한 것은 아니며 전원합의체 회부 사유를 명확히 하고 국민들에게 더 많은 재판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진행된 절차”라고 설명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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