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학 심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인간은 얼마나 잔혹해 질 수 있는가. 이런 실험을 한 학자가 있었다. 미국 예일대학의 「밀그램」박사는 정상적인 미국인 남자 1천명을 두 편으로 나누어 선생과 학생 역할을 맡겼다.
선생은 학생에게 질문을 하고, 학생이 틀린 대답을 하면 단추를 누르게 했다. 그 단추는 전기줄로 이어져 학생의 팔에 연결되어 있었다. 단추를 누르면 약한 뇌류가 학생의 몸에 전달된다. 그것이 반복될 때마다 뇌압이 올라가게 했다.
실험이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상당시간 지나면서 선생역을 맡은 사람중엔『너무 잔인한 실험이니 그만 두자』고 애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밀그램」교수는 들은체도 않고 강행했다. 결국 세 사람이 끝까지 남아 실험을 하게 되었는데 그나마 한 사람은 일어서고 말았다.
나머지 두 사람은 그래도 입술을 악물고 식은 땀을 흘리며 끝끝내 단추를 누르고 있었다.이때 올라 있는 전압은 4백50V였다.
「밀그램」박사는 충격을 받았다. 사람은 1만명중 한 사람쫌은 이 정도로 잔인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다행히 실험중에 죽은 사람은 없었다. 미리 그렇게 계획을 짰었다. 학생역을 맡은 사람들에겐 거짓으로 고통스러운 몸짓을 하게 했고, 전선엔 전기도 통해 있지 않았다.그러나 선생역을 맡은 사람들에게는 전압이 올라 갈수록 생명을 위협한다는 경고를 주었었다.
사람이 살인을 할수 있는 것은 그런 잔혹한 심리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도 일을 저지르고 나면 한없이 약해진다. 소설『죄와 벌』에 등장하는 「라스콜리니코픈 가 전당포 주인 「이바노브나」 노파를 살해하고 나서의 일들은 소설을 읽는 사람의 손에도 땀을 쥐게 한다.
그는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금고열쇠 구멍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하숙방에 돌아와서도 옷에 묻은 피를 숨기기 위해 갖은 짓을 다 했지만 핏자국은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사리 판단이 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잠도 못자고 고열이 오르고 ,있지도 않은 발자국 소리에 놀라 실신을 한다.
요즘 어느 4O대 후반의 여인이 친아버지와 동생을 포함해 5명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2년에 걸쳐 저지른 사건이었다. 동기는 단순히 돈. 어디까지 믿어야 좋을지 모르지만, 사람이 이렇게 잔혹해질 수 있다는 것이 전표스러울 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