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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병 상대 팀에 알리지 마라" 신기성 챔프전'간염 투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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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21일 〃이젠 괜찮다〃며 사복을 입고 삼성의료원 앞에서 포즈를 취한 신기성.[성호준 기자]

▶ 신기성(右)이 지난 14일 벌어진 KCC와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분투하고 있다. [연합]

프로농구 챔피언전에서 원주 TG삼보를 우승으로 이끈 가드 신기성(30)은 감기 몸살이 아니라 간염이 악화된 상태에서 투혼을 발휘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기성은 챔피언전이 끝난 뒤인 18일 서울 삼성의료원 1917호(특실)에 입원했다. 21일 병원에서 만난 신기성은 "솔직히 챔피언전에서 뛸 수 있는 컨디션은 아니었다"며 "이상민(KCC).김승현(오리온스).주희정(삼성).황성인(SK) 등 다른 가드들은 우승반지를 껴봤는데 나는 없었다. 2003년 TG삼보가 우승할 때는 내가 군복무 중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꼭 우승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TG삼보는 3차전 때 신기성의 체력이 갑자기 바닥나자 "챔피언전 직전에 감기 몸살로 병원에 입원해 체력이 떨어졌다"고 설명했었다. 그러나 사실은 간염이 악화된 상태였다. 그래서 우승했을 때 전창진 감독도 "도저히 뛸 수 없는 상황에서 열심히 경기해 준 신기성이 제일 고맙다"고 감격했다.

신기성은 "삼성과의 4강전이 끝난 뒤 열이 나 병원에 갔는데 (간 기능을 나타내는) GPT 수치가 높게 나왔다. 지난해 챔피언전에서 KCC에 진 뒤 올해는 꼭 우승하자는 생각에 무리했던 게 상태를 악화시킨 것 같다. 열이 나는데도 간에 부담이 될까봐 약을 먹지 못해 더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신기성은 병원에 다니며 치료받으면서도 챔피언전 출전을 강행했다. 원주 홈에서 열린 1, 2차전은 낙승을 거뒀지만 전주에서 벌어진 3차전부터 체력이 완전 고갈됐다. 27점 차로 앞서다 역전패한 게 자신의 책임인 것만 같아 마음고생도 심했다. 전 감독의 배려로 백업 가드 강기중과 교대로 출전하면서 겨우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5차전과 6차전에서 강기중이 너무나 잘해 준 덕분에 결국 그는 고대하던 우승반지를 끼었다.

"우승해서 그런지 지금은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23일에는 퇴원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한동안 푹 쉴 겁니다."

신기성은 올해 자유계약선수(FA)가 됐다. 현재 연봉은 2억5000만원. 훨씬 많은 액수에 다년 계약을 할 수 있는 기회다. 신기성은 "TG삼보는 군입대 기간을 포함해 7년을 몸담은 팀이지만 샐러리캡이 많이 차 고민이다. 계약 문제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성백유.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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